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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안녕 계약아빠" 아이도 생긋, 바쁜 남편 대신 '렌털아빠'

입력 : 2018-09-12 16:55:01 수정 : 2018-09-17 15: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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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가정을 양립하며 요리, 육아, 집안일 등 ‘만능 아빠(이크멘)‘가 요구되는 시대.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 남성들은 ‘렌털아빠(이하 계약 아빠)’를 부르며 자신의 자리를 다른 남성에게 내주고 있다.

씁쓸한 모습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운동회날 엄마 그리고 계약 아빠 2명과 식사하는 학생 모습. 사정에 따라 이들 계약 아빠를 부를 수 있다. (사진= 닛케이 캡처)
■ 바쁜 남편 대신 ‘계약 아빠‘
일본에서는 다양한 렌탈 사업이 유행하고 있다.

아저씨 대여를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한때 유행한 남자친구·여자친구, 가족 역할 대행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러한 가운데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일과 가정 모두를 챙기는 ’이크멘’이 대세로 자리 잡자 이에 맞춰 ‘아빠뱅크’라는 새로운 렌털사업이 등장했다.

아이와 함께하고 싶어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밤늦도록 일해야 하는 남성들로서는 억울한 분위기지만, 이들은 ‘자녀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아내의 요구에 따라 계약 아빠를 부르기에 동의한다.

■ 계약 아빠…어떤 일을 하나?
이들은 아이들의 진짜 아빠를 대신한다.
때에 따라 아내의 남편인 척 연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행동이다.

이들 신청에 따라 역할도 가지각색이다.
예를 들면 운동회에 참석하여 의뢰자 자녀와 달리기 경주에 나가거나 아이들의 학예회에 꽃을 들고 참석하고, 아이들의 미술 활동을 돕는 등 주로 학교행사에 동원된다.

또 여러 명이 동원되기도 하는데 이때는 역할을 분담한다. 예를 들어 아이 모습을 촬영하는 역할과 응원으로 나눠 행동하는 등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

아빠뱅크에서 계약 아빠로 활동하는 도요타 야스오(40)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계약 아빠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진짜 아빠와 같은 의무감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아이 모습을 촬영하는 역할과 응원으로 나눠 행동하는 계약 아빠들. (사진= 닛케이 캡쳐)
■ 계약 아빠가 되려면?
계약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와 함께 놀거나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골판지로 물건 만들기, 요리, 달리기, 악기 연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능력을 갖춘 남성들은 아빠뱅크 ‘아빠도감’에 등록되게 되는데, 이들은 면접 장소에서 미팅한 후 여성의 선택에 따라 그에 맞춘 활동을 하게 된다.

이때 이들의 사용료는 무료지만 감사한 마음의 표시 정도는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에서는 사용료를 지급하는 유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계약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와 함께 놀거나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사진= 닛케이 캡처)
■ “진짜 아빠가 좋아요”
서비스를 이용한 여성 A씨(38)는 계약 아빠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남편의 해외 파견으로 혼자 아이를 돌보던 그는 아이들의 아빠 역할을 해줄 남성이 필요했다.

이에 그는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30세 남성을 불러 아이들과 농구, 스키 등을 함께하도록 부탁했다.

A씨 남편이 일본에 없고, 운동을 싫어해 아이들과 함께 뛰놀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직장생활 하는 A씨가 아이들 하교 후 함께할 수 없었던 이유도 있다.

아이들은 “아빠가 일이 많아 함께 놀 수 없다”며 A씨와 뛰노는 게 즐겁지만 “그래도 아빠가 더 좋다”고 말했다.

■ 계약 아빠後…남편 역할 요구, 유료 사업도
보육사 구인·구직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은 최근 아이들 아버지 역할에서 ‘남편’ 역할의 요구가 늘어난 추세라고 귀띔했다.

이들은 학교 행사 등에 함께할 ‘남편’을 의뢰하며 여기서 부부처럼 행동한다. 또 추세에 맞춰 유료화를 통해 외모 등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생겨났다고 전해졌다.

사용은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문제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륜을 뜻하진 않는다. 일본에는 남성 접대부가 있어 여성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계약 아빠를 두고 일부에서는 미혼모 가정과 여기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도움 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자녀와 함께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남성들에게는 아쉬움이 뒤따르고 남의 눈을 의식한 행동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런가 하면 남성이 가족과 함께할 시간조차 없는 일본 사회의 문제라며 일과 생활의 양립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어머니의 날 아버지의 날을 구분한다. 일본 아버지의 날은 6월 17일이다.
가까운 미래 어느 아버지의 날. 아이들이 많은 아빠에게 감사하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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