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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비핵화 협상? 방위비 압박?…'주한미군 감축론' 왜 자꾸 나오나

입력 : 2018-05-04 18:35:14 수정 : 2018-05-04 23: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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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동시 겨냥 다목적 포석 / 평화협정 체결 땐 주둔 필요성 약화 / “北 핵실험장 폐쇄 조처에 부응 차원… 선제적 미군 재편… 생색내기” 관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국방부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준비 명령을 내렸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가 나오자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미 국방부와 청와대가 NYT의 보도를 즉각 부인했지만 이 문제는 언제든 다시 살아날 ‘불씨’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 통상 분쟁,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등 껄끄러운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외교·안보팀에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등이 “‘적전 분열’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미 정부의 한 소식통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한국을 길들일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입버릇처럼 거론했다.

미 NBC방송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에 주한미군 철수 지시를 내리려 했으나 존 켈리 비서실장이 이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거론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 카드로 삼으려 했으나 켈리 실장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한 모금 만찬에서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 문제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면서 “주한미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보자”고 말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검토 지시를 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남북한을 동시에 겨냥한 다목적 포석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내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추진에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체제가 가시권에 들어왔기에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선제적으로 사용했을 수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는 해체되고, 주한미군 지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국의 독자적 결정으로 주한미군 재편을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핵실험장 폐쇄와 같은 선결 조처를 독자적으로 취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겨냥해 주한미군 감축안으로 한국 측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분담금의 절반가량인 연간 9000여억원을 부담하고 있는데, 이 협정안은 오는 12월 만료된다. 한국이 분담금을 얼마나 더 내는지 지켜보면서 주한미군 병력 규모를 조정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일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주한미군 감축 규모 최소화를 위해 방위비를 올려줘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주한 미국 육군 제2사단에 배속됐던 제1 기병사단 장병들이 지난해 7월 경기 동두천 캠프 케이시의 장비와 시설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는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주한미군 감축과 함께 병력 재편 문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다. 미 군 당국은 한국에서 지상군인 육군 병력을 대폭 줄이고, 해군과 공군 위주로 주한미군을 운영하는 방안을 2000년대 초반부터 검토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 연구원은 미 육군 신문인 아미타임스에 “주한미군의 육군을 해병대로 대체하는 방안이 거론됐다”면서 “육군은 파견된 장소에서 일정 기간 정착하지만, 해병대는 수시로 해외에 파견되고 교대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병대가 주한미군으로 배치됐다가 이들이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한국은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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