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한국을 길들일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입버릇처럼 거론했다.
미 NBC방송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에 주한미군 철수 지시를 내리려 했으나 존 켈리 비서실장이 이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거론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협상 카드로 삼으려 했으나 켈리 실장이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한 모금 만찬에서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 문제를 언급하면서 “우리가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면서 “주한미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보자”고 말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검토 지시를 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남북한을 동시에 겨냥한 다목적 포석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내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추진에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체제가 가시권에 들어왔기에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선제적으로 사용했을 수 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사는 해체되고, 주한미군 지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미국의 독자적 결정으로 주한미군 재편을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핵실험장 폐쇄와 같은 선결 조처를 독자적으로 취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겨냥해 주한미군 감축안으로 한국 측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분담금의 절반가량인 연간 9000여억원을 부담하고 있는데, 이 협정안은 오는 12월 만료된다. 한국이 분담금을 얼마나 더 내는지 지켜보면서 주한미군 병력 규모를 조정하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일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주한미군 감축 규모 최소화를 위해 방위비를 올려줘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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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 육군 제2사단에 배속됐던 제1 기병사단 장병들이 지난해 7월 경기 동두천 캠프 케이시의 장비와 시설을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는 작업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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