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난과 불행이 찾아올 때 비로소 친구가 친구임을 안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의 말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적막감과 외로움을 만났을 때 곁에서 어깨를 내어주는 친구가 진실한 우정이었다는 깨달음이다. 그런데 진정한 친구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슬픈 상황만은 아닌 듯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연구진이 최근 진정한 친구를 구별할 수 있는 팁을 내놨는데, 고난·불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바로 웃음소리다.
그렉 브라이언트 UCLA 교수(인지심리학)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24개 지역사회에서 확인된 같이 웃음의 친밀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브라이언트 교수는 한국 부산대와 중국 푸단대, 일본 홋카이도대, 독일 콘스탄츠대, 프랑스 파리제1대학 등 24개 연구팀과 함께 두 사람의 대화 도중 터진 웃음소리를 통해 친밀도에 관한 조사를 벌였다.

연구진은 UCLA 재학생을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여자와 남자 세 부류로 나누고 각 그룹을 ‘친한 친구’ ‘만난 지 얼마 안된 관계’로 구별한 뒤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튀어 나온 웃음소리를 녹음했다. 연구진은 녹음된 48개 웃음소리를 농촌 지역, 중소도시, 대도시 거주 노동자층과 대학생들로 구성된 청취자 966명에 들려준 뒤 "어떤 웃음소리가 보다 친한 관계인 것 같은가"라고 질문했다.
남-녀, 여-여, 남-남 간 대화 도중 나온 웃음을 통해 이들 관계를 정확히 짚어낸 응답자는 평균 61%였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가량은 웃음소리만 듣고서 이들이 친한 관계인지, 아니면 어색한 사이인지를 눈치챘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그 관계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응답자의 80%가 이들이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인지, 아니면 아직은 어색한 관계인지를 맞혔다.

반면 만난 지 얼마 안된 사이일 경우 웃음은 다소 지체되고, 규칙적이며, 낮은 편이었다. 브라이언트 교수는 "진정한 친구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이고, 약간 어색한 관계는 아무래도 여러가지를 따져본 뒤 마지못해 웃는 것으로 호응을 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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