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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타카’의 몰락 … 롱패스·벼락역습에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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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15 19:24:29 수정 : 2014-06-15 23: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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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라인·골키퍼 사이의 공간 약점 그대로 드러나
스페인, 볼 점유율 네덜란드 앞섰지만 실속은 없어
16세기 말 서양의 최강국은 스페인이었다. 당시 국왕 펠리페 2세는 ‘무적함대’를 앞세워 유럽과 아프리카, 중남미를 지배했다.

무적함대를 무너뜨린 것은 엘리자베스 1세가 이끄는 영국이었다. 그러나 영국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그 뒤엔 네덜란드가 있었다.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네덜란드 해군이 스페인 해군의 해상 보급로를 차단하지 않았다면 영국 해군의 빛나는 승리는 불가능했다.

21세기 들어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다시 등장했다. 바로 스페인 축구 대표팀. 이들은 유로 2008을 시작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까지 모조리 집어삼켰다. 개인기와 패싱력을 두루 갖춘 미드필더 자원이 넘쳐나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라 불리는 독특하면서도 그들만이 할 수 있는 패스축구로 정상에 올랐기에 그 위용은 더욱 압도적이었다.

그랬던 스페인의 무적함대가 침몰했다. 그것도 너무나 처참하게. 이번에도 그들을 무너뜨린 것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14일(한국시간) 2014 브라질 월드컵 B조 1차전에서 스페인을 5-1로 대파, 4년 전 결승에서의 분패를 되갚았다. 경악할 정도로 예상 밖이었다.

이 경기에서도 스페인은 그들의 자랑인 티키타카를 구사했다. 그 덕에 볼 점유율(58%)과 패스 성공률(83%) 모두 네덜란드에 앞섰다. 하지만 이는 허수에 불과했다. 자기 진영 혹은 중원에서 돌리는 패스들은 실속이 없었다. 유효 슈팅수에서는 오히려 네덜란드에 6-11로 크게 밀렸다. 득점조차 페널티킥 골이었다.

반면 티키타카의 단점은 크게 노출됐다. 짧은 패스 위주의 티키타카는 공격 시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간격이 좁다. 즉,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에 공간이 많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스피드를 앞세운 역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나온 로빈 판페르시의 동점골도 그랬다. 후방에서 날아온 롱패스가 한 방에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로 연결됐고,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단숨에 오프 사이드트랩을 뚫은 판페르시가 환상적인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시켰다.

아리언 로번의 두 번째 골과 다섯 번째 골 역시 한 방의 롱패스에 스페인 수비가 허물어진 탓에 나왔다. 물론 판페르시와 로번이 세계 정상급의 개인기와 스피드, 골 결정력을 보유했기에 가능한 골이었다.

이제 주목되는 것은 스페인의 향후 행보다. 네덜란드에 무너졌다고 해서 단번에 티키타카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한 수 아래 전력의 팀에 티키타카는 여전히 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페인은 조별 예선 통과가 목표가 아니다. 월드컵 2연패를 노리는 팀이다. 결국 토너먼트로 가면 네덜란드 수준의 강대국을 만나기 마련이다. 실속 없는 티키타카로는 그들에게 또다시 무릎을 꿇어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롱패스를 이용한 효율적인 축구도 구사해야 티키타카의 강점도 살리면서 상대에 혼란을 줄 수 있다.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감독은 어떤 묘안으로 이 난국을 타개할까.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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