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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전불감 참사… "5일 전부터 기름냄새"

입력 : 2014-05-26 18:45:12 수정 : 2014-05-27 08: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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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종합터미널 화재 6명 사망·55명 부상
5일 전부터 기름냄새… 구청선 신고 외면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에서 26일 오전 9시쯤 화재가 발생, 6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수일 전부터 인화성 물질 냄새가 났는데도 방치한 것으로 알려져 안전불감증이 도진 인재(人災)로 해석되고 있다. 이 터미널은 지상 7층, 지하 5층 규모로 대형마트, 쇼핑센터, 영화관이 입점해 있고 지하철 3호선 백석역과 연결돼 있어 하루 수만명이 이용하는 곳이다. 화재가 낮시간이나 주말에 발생했다면 더 큰 참사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터미널 지하 1층 식당가 공사 현장에서 용접 작업 중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55명이 부상해 일산백병원 등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중 7명은 중상이다.

화재 당시 119에 100통이 넘는 전화가 신고될 정도로 커다란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불이 인테리어 자재로 옮겨 붙으면서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지상 2층까지 차올라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화재가 발생한 지하 1층에서는 약 한 달 전부터 CJ푸드빌이 식당가 조성을 위해 공사 중이었으며, 다음 달 20일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인화성 물질이 있는 곳에서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용접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소방대원 131명, 소방차 40대를 동원해 약 27분 만에 진화했다.

사고 현장 곳곳에서 안전 불감증이 드러났다. 터미널 앞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박모(42)씨는 “지하에서 공사가 진행됐음에도 5일 전부터 이미 바깥까지 심한 기름 냄새가 나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며 “공사 현장을 보려고 해도 워낙에 보안이 철저해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구청이 민원을 제대로 처리했는지는 수사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터미널 등 시설 관리자의 대피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사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대피 안내 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대피 방송이 사고 발생 후 10분여분이 지난뒤에야 나왔기 때문이다.

주부 장모(42·여)씨는 “터미널로 올라가는 길에 에스컬레이터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 고개를 돌렸더니 갑자기 불이 확 올라왔다”면서 “사이렌 소리 같은 것만 들리고 대피 방송은 안 들렸다”고 말했다. 

26일 오전 9시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고양종합터미널 내 지하 1층 화재 현장에서 검찰과 소방방재청 관계자 등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고양=김범준 기자
자녀를 버스에 태워주기 위해 터미널에 있었던 박모(45)씨도 “1층에서 2층 에스컬레이터로 ‘퍽’하는 소리와 함께 불과 연기가 솟아오르고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가득 찼다”며 “대피 안내방송은 없었고 불을 본 사람들이 소리 질렀던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한 공사 근로자는 “용접을 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불이 번졌다”며 “용접 작업 전에 가스밸브를 차단했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전에 가스밸브를 제대로 차단하지 않아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고양=권이선·이재호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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