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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특수통 세싸움… 진흙탕속 검찰

입력 : 2013-10-21 19:59:56 수정 : 2013-10-21 23: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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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불신 부추기는 내분 “검찰 창립 이래 최고의 막장 하극상이다.” (A검사) “수사 외압에 어쩔 수 없는 저항 아니냐.”(B검사)

국가정보원 대선·정치개입 사건 수사팀을 이끌다 수사에서 배제된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1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직원 체포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소장 변경 경위 등을 증언하면서 검찰 수뇌부에 날 선 비판을 날리자 검찰 내부에선 엇갈린 반응이 보였다. ‘제2의 검란’으로 비칠까봐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땅에 떨어진 검찰 권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날 일선 검사들은 윤 지청장이 작심하고 사건 내막을 폭로한 경위에는 일단 수긍하면서도 그의 발언 수위와 대응 방식에는 이견을 보였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윤 지청장이 ‘수사배제’에 이른 배경을 따져보면 결국 검찰 지휘부의 수사 축소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채동욱 전 총장 사퇴 이후 검찰이 권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제대로 하려 했다는 이유로 좌천하거나 수사팀에서 배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윤 지청장이 보고체계를 무시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윤 지청장의 발언 수위를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검사들은 “윤 지청장이 ‘이진한 2차장은 수사 총괄책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을 모시고 이 사건을 계속 끌고 나가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이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습은 낯 뜨거울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일부 공안검사들은 ‘특수통’인 윤 지청장이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수사를 막무가내로 밀고 가려다 무리한 일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윤 지청장의 폭로로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로 나돌던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 간 불화설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2013년판 검란’, ‘공안통과 특수통의 내전’으로 비화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현재는 수사를 강하게 밀어붙이던 특수통들이 공안통들에게 견제를 당하는 형국이다. 특수통 검사들이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단체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내전’만은 막아야 한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혼외아들’ 의혹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한 충격이 여전한 상황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과 검찰 수뇌부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보통은 ‘위기가 기회다’라고 말하는데, 이번 파문은 ‘하극상’으로 보일 여지가 커 과연 검찰에 ‘쓴 약’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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