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전 전 대통령이 미납 추징금을 완납하겠다며 손을 들 경우 검찰 수사는 개시 전 단계에서 멈출 전망이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측이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검찰 수사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기소 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검의 추가 압수수색은 전 전 대통령의 차명 재산을 관리해 온 주변인 조사 차원에서 이뤄졌다. 전 전 대통령 자녀 등 직계 가족뿐만 아니라 상당히 거리가 먼 친인척들도 전 전 대통령 차명 재산 관리에 동원됐을 것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같은 의혹은 과거 여러 차례 구설 형태로 제기돼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불과 1년 전에도 전 전 대통령의 조카인 조모씨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갖고 있다. ‘봉인’이 풀리면 갚겠다”며 주변 사람에게 억대의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아 경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경찰 수사는 흐지부지 종결돼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은 한 가지 더 ‘수’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 전 대통령 측에 심리적 압박을 주려는 목적이 작지 않아 보인다. 압수수색 대상을 전 전 대통령 일가 친척으로 광범위하게 잡았다는 점이 그렇다. 전 전 대통령 본인과 직계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인까지 폭넓게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전 전 대통령 측에 우회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이는 전 전 대통령에게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스스로 내라’는 메시지를 준 거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인다.
◆‘버티기 전략’ 이번에는 포기할까
전 전 대통령 측이 이 같은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검찰수사 개시 전 미납 추징금을 자진 완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득실을 따져봤을 때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전 전 대통령 측은 잃을 게 더 많다는 분석이 그런 관측을 가능케 한다.
우선은 숨겨 둔 비자금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 전 대통령 측으로선 가장 큰 부담이다. 특히 검찰이 해외 비자금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역외 탈세 혐의까지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것이 현실이 될 경우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내고 상황을 종료시키는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수사가 시작되면 검찰에 불려나와야 한다는 것도 전 전 대통령 측으로선 부담이다. 더구나 일가 친척까지 모조리 불려나와 가족 망신을 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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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압수수색 검찰이 17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집행을 위해 이틀 연속 압수수색에 나선 장남 재국씨 소유 출판사인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 내 시공사 파주사옥 내부 모습. 파주=연합뉴스 |
검찰의 한 관계자는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압수수색이 가장 쉬웠어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금부터가 진짜 어려운 일이다”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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