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가격을 매길 순 없지만 대형사고가 나면 사망과 부상을 놓고 보상금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기에는 8개 국적의 승객이 타고 있어 더욱 그렇다. 결론적으로 탑승객이 미국에서 소송을 내느냐, 미국 밖에서 내느냐에 따라 보상금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사고와 관련해 미국 국적 탑승객이 미국 법정에서 소송을 진행할 경우 보상금액은 최고 1000만달러(약 11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어린이라도 상황에 따라 500만∼1000만달러를 받는다. 미국에서는 사고와 관련해 소송을 내 이기기도 쉽고 보상액도 다른 나라보다 매우 높게 나온다.
한국, 중국 등에서 소송을 낼 경우 보상금은 크게 낮다. 비행기 사고로 뼈가 부러지면 보통 미국 법정에서는 100만달러의 보상금 지급 판결이 나오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수만달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한 변호사는 “미국에서 소송을 낸 가족이 한국에서 소송한 이들보다 받는 금액은 100배나 많다”고 말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2011년 새 ‘조종석 자원관리’ 규정을 통해 비용편익을 산정하면서 승객 1명 가치를 600만달러로 산정한 적이 있다.
한국 금융감독원이 추산한 이번 사고 관련 보상액은 약 1억7550만달러다. 그나마 승객에 대해서는 손상을 입은 샌프란시스코 공항 측에 낼 금액을 포함해 4450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2001년 한국 법원은 승객 228명이 숨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로 딸과 사위, 손자 3명을 잃은 한 여성 유족에게 항공사 측이 51만달러를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국제 항공기 사고의 경우 소송은 1999년 체결된 몬트리올협약을 근거로 이뤄진다. 이 협약은 재판관할권과 관련해 거주지와 여행 목적지, 항공권 발행지, 항공기 소재지, 항공기 주요 사업지에서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국이 아닌 다른 최종 목적지로 가는 외국 승객은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사 측이 미국의 ‘불편한 법정의 법리’ 원칙에 호소해 당사자가 모두 있는 아시아지역에서 소송을 하는 게 편리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기에는 중국인 141명, 한국인 77명, 미국인 64명, 캐나다인과 인도인 각 3명, 일본인과 베트남인, 프랑스인이 각각 1명 타고 있었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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