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커 ‘은둔의 경영자’로… 피의자로 檢 출석 결국 불명예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글로벌 ‘삼성가의 장손’이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그의 부친이다.
이 전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이 회장 인생은 그러나 ‘후광’만큼 탄탄하지 못했다. 부친인 이 전 회장이 그룹 승계 싸움에서 동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밀려 ‘뒷방’ 신세가 된 게 결정적이었다. 부모 세대의 형제 다툼을 지켜보며 자란 이 회장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삶을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재계에서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정도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유 역시 이처럼 젊은 시절부터 몸에 밴 습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이달 초 전체 임직원들에게 한 통의 사과 이메일을 보내면서 이례적으로 ‘침묵’을 깼다. 계기는 검찰 수사였다.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달 시작된 수사가 자신뿐 아니라 회사 전체로 번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은둔 탈출의 이유로 보인다.
이 회장과 검찰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회장은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가 기업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를 받을 때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경복고 동문이었던 이 회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지만 사법처리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09년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수사했을 때도 수사망에 올랐다. 당시 대검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이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3차례나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같은 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관련 수사를 중단하면서 이 회장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동안 검찰의 칼날을 피해 온 이 회장은 결국 2008년 CJ 전 재무팀장의 청부 살인 의혹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비자금 의혹 사건 ‘몸통’으로 지목받으며 사법처리 위기를 맞게 됐다.
이 회장은 또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그동안 검찰 수사를 받은 대기업 총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회장에 앞서 검찰 수사를 받은 기업 총수는 ‘계열사 자금 횡령’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기소된 뒤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은 담철곤 오리온 그룹 회장 등이 있다.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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