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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열악한 근무환경… 두 집 살림… 몸은 세종, 마음은 서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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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5-18 20:03:07 수정 : 2013-05-18 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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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고난의 나날’ “처음 내려왔을 때보다 많이 안정되긴 했지만 불편한 것에 익숙해졌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일 겁니다.”

지난해 국무총리실을 시작으로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중앙행정기관이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해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길게는 9개월, 짧게는 4개월을 새 근무지에서 보냈다.

청사 이전 초기 ‘허허벌판’이었던 정부세종청사 부근은 현재 다른 정부 부처들이 입주할 건물과 공무원들이 거주할 아파트 공사가 진행돼 외형적으로는 조금씩 행정도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회가 있는 서울과의 거리 문제로 우려됐던 행정효율성 저하와 근무 공무원들의 열악한 생활 여건 등의 개선책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장관 집무실은 달리는 전용차


세종시에 있는 정부부처 장관들은 대부분 길에서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종시 근무를 될 수 있으면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 부총리는 세종시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주관하는 월요일을 빼면 세종시에 머물지 못하는 날이 더 많다. 화요일은 국무회의, 수요일 경제장관회의, 목요일 대외경제장관회의, 금요일 국가정책회의 등의 서울 일정이 매일 잡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달 말에는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위해 국회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 세종시에서 근무한 시간이 일주일에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았다.

다른 부처 장관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주요 경제부처들이 세종시에 내려가 있다 보니 현 부총리가 주관하는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일이 많아 1주일에 3일 정도는 서울에서 일정이 잡힌다. 이에 신속한 이동을 위해 버스전용차선에 들어갈 수 있는 그랜드카니발 차종을 선택해 보좌진들과 회의를 하면서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사례도 자주 있다. 실제 세종청사로 이전한 경제 부처 장관들은 취임 후 일정의 86%를 서울 등 세종시 이외의 공간에서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부총리,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수행한 공개 일정은 164건이었다. 이 중 141건은 세종시 이외 지역에서 진행됐다.

붐비는 구내식당 정부세종청사 5동 구내식당에서 공무원들이 길게 줄을 서서 점심 배식을 기다리고 있다. 
세종=김범준 기자
◆두 집 살림하는 공무원들

청사는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주요 일정이 서울에서 이뤄지면서 세종청사 인근으로 거처를 옮긴 공무원도, 서울이나 과천에서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출퇴근하던 공무원들은 건강과 조기 출근 등의 문제로 세종청사 주변에 원룸 등을 얻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통근 버스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하루에 4∼5시간을 버스에서 보내 허리에 무리가 오기 마련이다. 또 야근을 하면 청사 휴게실에서 쪽잠을 자는 일이 빈번해 결국 집을 구하는 공무원도 많다. 기재부의 한 주무관은 “집이 수원이어서 세종시 입주 때까지 출퇴근하려 했다”며 “통근 버스를 타니 몸이 안 좋아져 결국은 월세로 세종시 첫마을에 원룸을 구했다”고 말했다.

여성 공무원들은 부담이 더 크다. 자녀 보육 때문에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매일 정시에 퇴근하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등 이래저래 마음고생이 크다. 서울 근처 산하기관 등으로 이전을 요청하는 사례도 있다. 농식품부의 한 여성 공무원은 “아이 때문에 집에 안 갈 수도 없어서 몸이 고되더라도 통근 버스를 타고 있다”며 “집 근처에 있는 산하 기관으로 옮길 수 있도록 요청해놨는데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세종시로 거처를 옮긴 공무원 역시 주변 여건이 좋지 않지만 감내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이 의료시설이다. 세종시 첫마을에 입주한 한 공무원은 “밤중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아프다는데 주위에 병원이 없어 대전시내로 가야만 했다”며 “장염으로 며칠 입원했는데, 매일 출퇴근을 병원에서 했다”고 토로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 3월 세종청사 입주 공무원 600명을 대상으로 생활환경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보건·의료시설’이 1.32점으로 가장 점수가 낮았고, 이어 ‘문화·여가시설’ 1.37점, ‘상업시설’ 1.46점 등이었다.

1.5㎞ 길이 옥상정원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에서 한 공무원이 산책하고 있다. 세종청사 옥상정원은 길이 1.5㎞, 넓이 3만2000㎡에 이르는 국내 최대 옥상정원이다.
세종=김범준 기자
◆정부 운영방식 대대적 개혁 필요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일정 조율이나 스마트행정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여 행정효율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회의나 행사 외에도 서울에서 사람을 직접 대면해야 하는 비공식 일정도 많아서 뾰족한 묘안이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대안으로 영상회의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기반시설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영상 회의장은 현재 서울청사와 세종청사에만 갖춰져 있다.

결국 정부의 업무처리 방식에 변화가 없다면 행정 효율성이 나아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실질적으로 가동해 국정운영을 분권화하고 부처 내부에서도 전결권한을 확대하는 방식 등으로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 협조가 가장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권위를 내세우며 장관이나 고위관료를 호출부터 하고 보는 관행을 없애고 상황에 따라 영상회의 참석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부처 이전 과도기의 행정비효율은 처음부터 예상됐던 문제들”이라며 “영상회의 활성화 등 하드웨어적 개혁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결정 권한을 분권화하는 국정운영 시스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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