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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4박6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10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청와대 허태열 비서실장(오른쪽),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 등과 함께 걸어나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첫 여성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미에서 대통령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이 벌인 추태로 국민은 수치감에 몸서리를 치고 국격은 크게 훼손됐다. 나라 안팎으로 종일 안타까운 탄식과 분노가 쏟아졌다. CNN, 월스트리트 저널 등 주요 외신은 앞다퉈 해외토픽감 뉴스를 전달해 전 세계의 비웃음을 샀다. ‘헤럴드 선’, ‘채널뉴스아시아’, ‘베트남 플러스’ 등의 해외 매체와 일본 공중파 방송이 조롱하듯 이 소식을 타전했다.
방미 성과도 된서리를 맞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성공적인 정상회담, 인상적인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등으로 한반도 위기국면에서 대북 공조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박 대통령의 방미 보따리는 추문에 묻혀 빛이 바랬다. 실제로 청와대는 적잖이 고무돼 있었다. 박 대통령은 당초 귀국길 전용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방미 성과를 브리핑하려 했으나 이번 파문으로 계획을 취소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박 대통령이 안보·외교 리더십의 인정과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에 매진할 수 있었는데 호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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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남기 홍보수석이 10일 밤 춘추관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갖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보 및 외교 분야의 안정감을 추동력으로 국정운영에 박차를 가하려던 박 대통령의 계획도 틀어졌다.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였다. 초기 잇따른 인사 실패로 4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점차 안정을 찾으면서 올라갔다. 리얼미터 주간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은 6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6일에는 53.5%까지 찍었다. 초기 지지율 저하로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박 대통령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하지만 다시 고비를 맞는 분위기다. 초기 지지율 하락 원인이 인사문제였고 윤 전 대변인이 바로 그 ‘1호’였던 만큼 불통인사 논란은 재연될 전망이다.
당장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핵심과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척결 대상인 ‘사회 4대악’ 가운데 성폭력을 꼽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의욕적인 정책 추진이 무색해졌다.
박 대통령은 당분간 ‘윤창중 악재’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형국이다. 이남기 수석 명의의 사과는 야당이 요구하는 박 대통령의 사과와는 간격이 크다. 야당이 또 청와대의 ‘윤창중 도피 방조’ 의혹을 제기하며 국회 청문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건 속성상 청와대의 의혹 해명 과정에서도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 가능성이 높다. 만에 하나 묵인·은폐 시도가 드러나면 ‘윤창중 악재’의 폭발력은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이천종·김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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