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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살인마 먹여 살리는 나라… 미안해"

입력 : 2013-03-30 10:35:31 수정 : 2013-03-30 10: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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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춘 사건 1년… 피해자 유족 '눈물의 편지'
“OO아! 사랑하는 내 동생 OO아! 너를 보낸 지 1년이 지났구나. 시간이 갈수록 너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 힘이 든다. 1년 전 그날. 얼마나 무서웠니? 끔찍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하염없이 눈물만 나와. 너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단 한 번만이라도 너의 해맑은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공포에 질린 끔찍한 장면만 떠올라. 살고 싶다는 생각에 경찰을 찾았을 텐데, 내 동생이 느꼈을 두려움과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져. 그런데도 이 나라는 변한 게 없구나. 너의 억울함만은 꼭 풀어주고 싶었는데… 너무 미안해.

엄마·아빠는 엽기적인 살인마를 평생 먹여 살려주는 나라에서 너를 낳은 게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하셔. 조카들은 아직도 자장가 불러주던 이모를 찾는데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너를 가슴에 묻은 우리의 상처는 더욱 깊어져 가지만 이젠 힘을 내보려고 해. 그러니 그곳에서는 나쁜 기억 모두 잊고 편히 쉬어. 사랑하는 내 동생 OO아! 28년 동안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을 안겨줘서 고마워. 가슴 찢어지도록 보고 싶다. 그리고 미안하다.”

엽기적인 살인마 오원춘(43)에게 희생된 곽모(당시 28·여)씨와 가족들의 시간은 지난해 4월1일로 멈춰섰다. 곽씨의 언니(32)는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하늘나라로 떠난 동생에게 간절한 그리움을 전했다.

작은 휴대전화 조립공장에 다니면서도 공무원 꿈을 버리지 않았던 곽씨는 그날 밤 귀가길에 오원춘에게 강제로 끌려가 잔혹하게 살해됐다. 오원춘은 사체를 잘게 조각내는 천인공노할 짓을 태연히 저질렀다.

사건 발생 이후 곽씨 가족들은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오원춘의 엽기적인 행각과 경찰의 안일한 대응에 분노하고, 오원춘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는 걸 고통스럽게 지켜봐야 했다.

곽씨의 언니는 “살인마에게 관대한 이 나라가 원망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도 곽씨의 언니는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나중에 이모 얘기를 알게 될 아이들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크지만, 아이들이 클 때쯤이면 더 안전하고 밝은 세상이 돼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1년 전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 주택가 골목길이 당시의 참상을 말해 주듯 음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년 전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동네는 지금도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29일 찾아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한 골목에 위치한 오원춘의 집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오원춘의 집뿐만 아니라 주변 상가들도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다.

주민들은 오원춘의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박모(43)씨는 “끔찍한 사건 이후 이 동네 집주인들은 집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고, 전세기간이 남은 세입자들도 이사를 갔다”며 “1년 만에 이 동네는 인적 없는 유령마을로 전락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들은 또 최근 오원춘의 형이 감형된 것에 대해서도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은 오원춘은 안양교도소에서 경북북부 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로 이감된 상태다.

주민 한모(65)씨는 “엽기적인 살인마는 피해 유족이 낸 세금으로 밥을 먹고 보살핌을 받고 있다”며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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