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유망주 성장에 큰 도움 기대

ISU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결과에 따라 2014 소치동계올림픽의 국가별 출전권을 배분한다. 2명 이상의 선수를 내보낸 나라는 상위 2명의 순위를 합쳐 출전권을 결정한다. 둘의 순위를 더한 숫자가 13 이하이면 3장, 14∼28이면 2장의 출전권을 준다. 우리나라처럼 1명만 출전시킨 경우는 그 선수가 2위 안에 들면 3장, 3∼10위는 2장, 24위 안에 들면 1장을 준다. 따라서 김연아의 우승으로 우리나라가 손에 넣은 여자 싱글 출전권은 3장. 이는 한국 피겨 사상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1968 그레노블동계올림픽부터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 꾸준히 선수를 출전시켰다. 그러나 세부종목 하나에 3명을 내보낸 적은 없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는 피겨 선수 4명이 출전했지만 아이스댄스의 양태화·이천군이 포함됐고 남녀 싱글에는 1명씩밖에 나가지 못했다. 1968 그레노블대회(김혜경·이현주)와 2010 밴쿠버대회(김연아·곽민정) 여자 싱글에 2명의 선수를 내보낸 것이 단일 세부종목 최다 출전 기록이다.
한국 피겨 유망주들이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확대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김연아 키즈’로 불리는 유망주들이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 정상을 다툴 정도의 실력은 아니다. 김연아가 이번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면 올림픽 출전 자체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김연아의 우승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후배들이 김연아와 함께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볼 수 있게 됐다. 이들이 국제무대 경험을 꾸준히 쌓으면서 진화한다면 평창에서는 세계 정상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밴쿠버대회에 김연아와 함께 출전한 곽민정은 이듬해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싱글 종목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는 경기 직후 장내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매우 영광스럽고 기억에 남는 무대”라며 “후배들과 함께 갈 수 있어 행복하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우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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