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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하다 신라의 달밤…경주 남산과 야경

입력 : 2013-02-14 18:19:10 수정 : 2013-02-14 18: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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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포석정·삼릉숲…신라의 탄생과 패망의 역사 서린 남산
어둠이 내린 대릉원·임해전지…첨성대의 야경에 넋을 잃다
경주 남산은 삼릉∼용장골 코스 외에도 오르는 길이 수십개이며, 산 아래 주변에도 설화와 전설을 품은 문화재가 곳곳에 널려 있다. 남산 전체를 찬찬히 둘러보려면 며칠이 걸려도 모자랄 것이다. 7㎞쯤 되는 삼릉∼용장골 코스도 산행만 하면 3시간쯤 걸리지만,불상을 찾아보고 안내문을 읽다 보면 5∼6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 신라의 시작과 끝, 최고의 소나무숲

경주 남산은 신라의 역사가 시작되고 끝난 곳이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를 품은 우물인 나정과 후백제의 공격을 받아 신라가 종말을 고한 포석정이 모두 남산 자락에 있다. 설화에 따르면 기원전 69년 나정에 백마 한 마리가 붉은색 알을 남겨놓고 하늘로 날아갔고, 그 알에서 박혁거세가 태어났다. 신궁터로 추정되는 건물터와 우물터 등이 남아 있는 나정은 지금 발굴·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다. 

경주 남산 삼릉 주변에는 휘어지고 구부러진 소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 소나무숲은 비 오는 날이면 안개가 자욱해지며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927년 연회를 벌이던 신라 경애왕이 후백제의 견훤에게 죽임을 당한 포석정은 우리나라의 사적 제1호다. 신라 패망의 슬픈 역사가 서린 곳이지만, 낙락장송과 어우러진 전복 모양의 수로가 빚어내는 운치는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나다.

남산의 또 다른 명물은 삼릉 주변의 소나무숲이다. 이리 휘고 저리 굽어 장관을 연출하는 이 소나무숲은 사진 작품의 단골 소재가 된다. 이른 아침이나 비 오는 날, 안개가 자욱한 삼릉 소나무숲은 경주 최고의 풍광 중 하나다. 

신라 21대 소지왕의 구명 설화가 담겨 있는 서출지.
# 국보 만나는 봉화골의 칠불암


남산에서 삼릉∼용장골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봉화골의 칠불암이다. 칠불암의 마애불상군은 남산에 남아 있는 문화재 중 유일한 국보(312호)다. 남산 동쪽의 통일전이 들머리로, 왕복 3시간쯤 걸린다.

절집 마당의 암벽을 등지고 서 있는 마애불은 모두 7기로, 통일신라시대 전성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불상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칠불암 바로 위는 신선암 마애불이다. 마애불은 구름을 타고 가부좌를 틀고 있는 모습인데, 특이하게도 오른발을 슬쩍 풀어 구름에 담그고 있다. 칠불암에 오르려고 통일전으로 향하다 보면 서출지(書出池)를 지나게 된다. 신라 21대 소지왕이 이 연못에서 출현한 노인의 편지 덕택에 암살 위기를 넘겼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으로, 연꽃이 만발한 여름이면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첨성대의 야경
# 황홀하면서도 우아한 경주의 야경


남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니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있다.

경주에서는 해가 졌다고 해서 여정이 마무리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방 여행지 대부분이 밤에 즐길 거리가 부족하지만 경주는 예외다. 경주는 밤이 더 아름답고 화려하다. 

고분군의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대릉원의 야경은 우아하고 그윽한 멋이 넘쳐난다.
천마총 등 고분이 몰려 있는 대릉원에 불빛이 비치기 시작하자 멋스러운 야경이 펼쳐진다. 봉분의 부드러운 곡선들과 그 뒤의 나뭇가지들이 빚어내는 밤 풍경은 우아하면서도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로 옆 첨성대도 어둠이 내려앉으면 낮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경주 밤 풍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임해전지의 야경.
야경의 백미는 임해전지에서 만나게 된다. 임해전지는 왕이 연회를 즐기던 별궁으로, ‘기러기와 오리가 노니는 연못’이라 해서 안압지로 불리는 못과 세 채의 전각이 복원돼 있다. 은은한 조명을 받은 누각이 데칼코마니처럼 연못 속에 그대로 비치는 야경은 화려한 듯하면서도 장중한 멋이 흐른다. 대릉원과 첨성대가 곡선의 미학을 뽐내고 있다면, 임해전지의 밤풍경은 투영의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고 해야겠다.

경주=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여행정보

경부고속도로 경주나들목으로 나와 35번 국도를 타고 곧장 가면 삼릉이다. KTX와 렌터카를 이용하면 더 편하게 여행할 수 있다. 서울역에서 신경주역까지 2시간10분이면 도착하고, 신경주역에서 코레일관광개발(www.korailrentcar.com/1666-7787)이 운영하는 렌터카를 빌릴 수 있다. 철도 이용고객은 40% 할인받을 수 있다. 서남산 주차장 옆 남산안내소에서 남산의 문화재 위치를 표시한 그림지도를 얻을 수 있다. 용장리에서 서남산 주차장으로 돌아올 때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경주의 유명 유적지가 대부분 주차료와 입장료를 따로 받지만, 남산에는 입장료가 없다. 보문단지에 호텔, 콘도·리조트, 모텔이 몰려 있다. 경주는 순두부집이 유난히 많은데, 보문단지의 ‘맷돌순두부’(745-2791)와 삼릉 초입의 ‘삼미정’(745-8761)이 유명하다. 보문단지의 ‘사랑채’(748-3600)는 깔끔한 고깃집으로, 육개장도 푸짐하고 맛있다. 경주남산연구소(www.kjnamsan.org/777-7142)는 무료로 남산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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