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오후 4시 40분쯤 경북 구미시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 일용직인 A(2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폭염 속에서 일했던 A씨는 발견 당시 체온이 40.2도에 달해 온열 질환 탓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현장 점검 결과 ‘휴게시설 설치 및 관리 기준’ 위반을 적발하고 사업자 측에 시정 지시와 과태료 부과(건당 500만원)를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사장에 설치된 휴게시설의 내부 온도와 습도 등에서 여러 위반 사항이 지적됐다. 더불어 컨테이너 휴게실이 2개 있었으나 작업 현장과 거리가 멀고 좁아서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6월 1일 개정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폭염·한파에도 장시간 작업함에 따라 발생하는 근로자의 건강 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건조치 의무 대상이 되는 폭염 작업을 체감온도 31도 이상으로 정했는데, 사업주는 옥외 작업에 대해 ‘작업 시간대 조정 또는 이에 준하는 조치’ 혹은 ‘적절한 휴식시간 부여’ 중 하나를 취해야 한다. 휴식시간과 관련해선 기상청 폭염특보 기준인 33도 이상일 때는 매 2시간 내 20분 이상 줘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휴식시간 조항을 담은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은 지난 4월과 5월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심사에서 재검토 권고를 받아 현재는 사실상 가이드라인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근로자 권리 보장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각 부처는 기록적인 폭염에서 국민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가용한 행정력을 총동원해달라”며 “117년 만의 가장 심한 무더위라는 얘기도 있던데 그 대응에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과 관련해 휴식시간을 의무 부여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기로 하고, 규개위에 재심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하도록 사업주의 작업중지 의무와 근로자의 작업중지권도 담고 있다. 산업재해 조항에 폭염 등 기후 여건을 담고,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행사 실효성을 높이자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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