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5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경제위기 대응과 국민안전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경제부총리제를 복원해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활시킨 데에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 중소기업청의 기능 강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격상하고,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명함으로써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가 국민안전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은 경제부흥과 국민안전을 국정운영의 두 축으로 삼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실천 의지를 담았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5년 전 이명박 정부가 ‘작고 유능한 실용정부’를 내세우며 정부 조직을 축소한 것과 달리 박근혜 정부는 2부1처를 신설해 ‘큰 정부’를 만든 점도 조직개편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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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차기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이명박 정부 때 폐지한 경제부총리가 부활한 것은 세계 경제위기 여파로 불황이 장기화하고, 저출산·고령화로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한 유민봉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전반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될 경제부총리는 경제정책 전반을 조율하며 경제위기 극복의 전면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는 지금까지도 예산·세제·거시경제정책 기능을 갖고 경제부처의 맏형 노릇을 해왔다. 이번 개편으로 재정부 장관에게 실질적인 경제정책 지휘권까지 부여됨으로써 경제운영의 중심 조직으로 자리하게 됐다.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에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총괄토록 한 것 역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포석이다. 행정안전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기능과 위상 강화는 대선 기간 박 당선인이 불량식품을 ‘4대 악’으로 꼽고 국민안전 문제를 주요하게 다루겠다고 강조한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조치다.

이번 조직개편이 여야 합의를 통해 확정되면 2원 15부 2처 18청 7위원회 3실 형태의 기존 정부조직이 2원 17부 3처 17청 4위원회 2실로 바뀌게 된다. 부가 2개, 처가 1개 늘어난 대신 청과 실이 각각 1개씩 줄어들게 된다. 부처가 늘었지만 장관급 위원회가 줄어 장관급의 수는 이명박 정부보다 한 명 적다는 것이 인수위 측 설명이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기능을 중시했던 이명박 정부와 달리 새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의 기능을 확대시켰다는 평가다.
박근혜 인수위는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성도 적극적으로 꾀했다. 현 정부에서 폐지한 경제부총리와 해양수산부를 부활시켰고, 신설한 특임장관실은 없앴다. 장관급 위원회로 격상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자문기구로 내렸고, 대통령 직속 기구로 독립시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위치시켰다.
오철호 숭실대 교수(행정학)는 “전체적으로 국민생활, 안전, 경제에 방점을 둔 무난한 정부 개편안으로 보인다”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성패는 조직의 설계가 아닌 운영에 있는 만큼 이번 개편을 통해 정부 혁신과 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큰 그림’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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