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주류·비주류 대표주자 이름 거론
일부 중진 ‘교황식 추대’ 공론화 태세

대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주류(친노무현 그룹)는 끝까지 패장이 된 문재인 전 후보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권을 사수하려다 당 안팎의 비판을 샀다. 비노(비노무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는 친노 책임론 제기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선 패배의 잿더미 속에서 당을 재건해야 할 새 원내대표(비대위원장 겸임) 자리도 친노와 비노의 권력다툼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새 원내대표는 내년 초 차기 지도부를 선출할 때까지 최대 4개월 동안 비대위원장으로서 당을 이끌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의 대선 패배 원인을 진단할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혁신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당내 중진·원로들은 경선보다 교황식 추대 방식을 공론화할 태세다. 하지만 주류와 비주류에선 벌써 대표주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자칫 원내대표 경선이 권력투쟁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현재 상황이 5년 전 모습과 흡사하다는 자탄이 들린다. 2007년 대선에서 참패한 대통합민주신당(현 민주당)은 당의 전면 쇄신을 내세우며 ‘환골탈태’를 강조했지만, 현실에선 당권 경쟁으로 치달았다.
당시 김호진 쇄신위원장은 대선 패배 후 처음으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줄기세포 자체를 바꾸는 쇄신이 아니면 국민 사랑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쇄신한다더니 당권투쟁이나 하냐’라는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한다”고 경고했다. 초선의원들은 노무현정부 시절 당·정·청 핵심 요직을 지내온 인사들의 2선 후퇴를 요구하며 쇄신위를 압박했다.
하지만 인적 쇄신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친노 성향의 중진과 386그룹의 교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쇄신위는 외부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현역의원들의 표결로 처리됐다. 이번 대선 패배 이후에도 책임론만 무성할 뿐 책임지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이용섭 전 정책위의장은 직을 내놓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선거를 주도해왔던 친노 주류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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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된 민주통합당 의원총회에서 노영민, 추미애, 윤호중 의원(왼쪽부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허정호 기자 |
신율 명지대 교수는 2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 권한을 주고 내부 경선을 치르겠다는 것은 민주당 주류가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라며 “친노가 스스로 책임지고 물러나지 않고 실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선 평가와 쇄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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