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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에 내몰리는 수장…檢, 개혁이냐 저항이냐 갈림길에

입력 : 2012-11-30 00:14:54 수정 : 2012-11-30 00: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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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밥그릇 지키기"… 중수부 폐지에 평검사도 왕따 동참
"내부기혁 출발점"… 韓총장 '특임' 독단지시가 사태 초래
한상대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30일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검찰 내 유례가 없는 ‘집단 반란’과 이에 따른 불명예 퇴진이라는 점에서 향후 큰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총장에게 ‘반기’를 드는 과정에 간부급 검사부터 평검사들까지 똘똘 뭉쳐 수장을 고립무원 상태로 몰아세운 데 대해서도 두고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밥그릇 지키기’ 비난받는 검찰

29일 한 총장 사퇴 선언을 놓고 조직 안팎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외부 평가는 한 총장을 연민하는 분위기다. 그럴 만도 한 게 한 총장은 검찰 간부들이 퇴임을 종용하고 이에 굴복해 사표 제출을 선언하기까지 채 하루가 안 되는 시간 동안 하극상에 가까운 수모를 당했다. 직속 상관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조차 전날 이례적으로 ‘감찰은 적법하게 하라. 검찰개혁은 신중하게 하라’며 최재경 중앙수사부장을 두둔하는 듯한 특별지시를 했다. 한 총장은 사실상 ‘집단 왕따’를 당하는 지경으로 내몰렸다.

한 총장 잘못을 지적하는 평가도 있다. 특히 검찰 최고위급 간부인 최 중수부장의 대검 감찰 사실을 언론에 노출하며 조직 수장답지 못하게 처신한 것이 이번 상황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외부 여론은 한 총장에게 더 호의적이다. 결과적으로 한 총장은 중수부 폐지 내용을 담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려 했고, 검찰 수뇌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과정에서 집단 행동을 한 격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향후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조직의 보스까지 몰아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내부개혁 출발점이다”

검찰 내부 반응은 정반대다. 개혁 저항이 이번 파문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조직 내부에 축적된 고질적 문제가 최근 터진 몇 가지 사안을 계기로 폭발했고, 그 중심에 한 총장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런 문제 중 하나로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 비리 수사를 꼽고 있다. 애초 이 사건은 경찰이 시작했고 수사도 경찰이 진행해야 했는데, 한 총장이 검찰 수뇌부 반대에도 독단적 지시를 내려 김수창 특임검사팀을 꾸리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로 인해 검찰은 ‘경찰 수사를 피하려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난을 듣게 됐고, 향후 ‘축소수사’라는 의혹까지 뒤집어쓰게 생겼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번 수뇌부 항명 파문은 ‘상명하복’ 조직 문화의 틀을 깨는 시도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특히 조직 수장의 잘못된 판단과 일방적 지시에 관행상 침묵했던 조직의 고질적 문제점을 스스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진정한 검찰 내부 개혁의 출발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총장은 뒷문으로… 부장은 정문으로… 검찰 지휘부 내분 사태로 불명예 퇴진 위기에 처한 한상대 검찰총장이 29일 취재진의 눈을 피해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집무실에 출근한 가운데 기자들이 한 총장이 타지 않은 승용차를 취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최재경 중수부장이 대검 청사에 출근하는 모습.
남정탁 기자
◆검찰개혁 ‘약일까 독일까’


일부에서는 검찰이 자체 동력을 갖고 내부 개혁을 시작한 만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기득권을 내려놓은 채 획기적인 검찰 개혁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이 내부 개혁의 출발점을 검찰총장 교체와 같은 인적 쇄신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 평가하고 있다.

이는 “시스템이 아무리 변해봐야 ‘권력의 시녀’가 되려는 사람이 많으면 조직이 달라질 수 없다”는 기본 문제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검찰의 본질적 체질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며 “검찰이 이참에 기득권을 내려놓은 모습을 보여야 총장 강제 사퇴 파문의 진정성을 국민이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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