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 부도 여파 전체로 확산… 웅진코웨이 매각작업도 중단
"사실상 그룹해체 수순" 분석… 일각 "승자의 저주 덫에 걸려"

시공능력 38위인 극동건설은 지난 25일 만기 도래한 기업어음(CP) 150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낸 뒤 최종 부도위기에 몰리자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법정 관리 신청을 했다. 최대 주주로서 1조839억원의 연대보증 부담을 진 웅진홀딩스도 계열사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같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웅진홀딩스가 지급 보증을 선 PF(프로젝트파이낸싱) 차입금에서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28일 만기인 350억원을 시작으로 1700억원에 달한다.
극동건설은 지난해 6016억370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2162억2400만원)과 당기순이익(-1919억4400만원)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은 25억88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나 영업이익(-67억6800만원)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6월 공시한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5825억1400만원에 달한다. 웅진그룹은 6600억원에 극동건설을 인수한 이래 경영정상화를 위해 4400억원을 더 쏟아부었다.
자금난을 겪던 웅진그룹은 결국 지난 2월 그룹 내 ‘캐시카우(현금창출)’ 역할을 톡톡히 해온 웅진코웨이를 매각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무리한 M&A(인수합병)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데다 태양광사업마저 부진해 총체적인 위기를 맞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웅진그룹이 덩치를 키운 방식이 결국 화근이 돼 부메랑처럼 돌아왔다는 지적한다. 한 금융계 인사는 “과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하게 삼켰다가 그룹 전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야 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처럼 웅진그룹 역시 과도한 M&A가 파놓은 ‘승자의 저주’ 덫에 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6600억원이라는 인수 금액도 문제였고 이후 건설경기가 죽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한 것이 결국 그룹의 근간을 흔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웅진홀딩스의 한 관계자는 “극동건설 부도로 인한 연쇄 도산을 막고 채권자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정관리를 결정했다”며 “우량 자산을 매각하고 철저한 비용 절감을 통해 회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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