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21일 “우리는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도 차지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내비쳤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꺼내든 특사파견·정상회담추진 카드에 화답하는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인사는 “중국이 가장 신경쓰는 것은 센카쿠 국유화보다는 일본인 상륙과 건물 건설, 병력배치와 같은 후속조치”라며 “이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한 중국도 평화발전기조를 뒤흔드는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일본의 일방적 실효지배를 깨고 공동관리 수준까지 나아가는 성과를 거뒀다는 자평이 중국 관변에서 나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의 취싱(曲星) 소장은 이날자 경화시보(京華時報) 기고에서 “일본의 국유화로 촉발된 댜오위다오 사태에 중국이 선박을 대거 투입해 실질적인 공동 지배 국면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학원의 쑤하오(蘇浩) 교수도 환구시보(環球時報) 기고문을 통해 “일본의 일방적인 실효지배 시대는 종료됐다”며 “현단계에서 중국 목표는 댜오위다오 해역을 중·일 공동관리 상태로 만들고 댜오위다오가 분쟁도서라는 현실을 일본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이를 인정한다면 대화를 통해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때맞춰 미국이 대중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0일(현지시간) 센카쿠가 미·일 상호방위조약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1997년 처음 밝힌 이 방침은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사흘 전 일본에서 다시 밝혔다”고 확인했다. 중국 군사 도발시 미국이 적극 개입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일본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은 이달 하순 유엔총회에 출석해 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성사시킬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중국 동방망(東方網)이 전했다. 27일 베이징에서 중·일 수교 40주년 기념행사도 예정돼 이달 말쯤 센카쿠 분쟁이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중국은 일본에 경제적 보복을 가하며 대일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베이징시 당국이 지난 14일 시내 일부 출판사에 일본 관련 서적을 출판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베이징시는 일본과 문화 교류나 판매촉진 행사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일본 상품에 대한 통관을 엄격히 하고 희토류 수출금지 등 추가 제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행객 급감 사태를 맞은 에어차이나와 일본항공(JAL) 등 양국 항공사는 감편운항 체제에 돌입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댜오위다오 국유화는 웃기는 짓”이라는 시 부주석 발언을 되풀이했다. 또 일본 우익단체가 22일 수천명의 시위대를 조직해 주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대규모 반중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중·일 협상의 진통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베이징·워싱턴=주춘렬·박희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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