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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가도 첫 고비 넘겼지만… '라이벌팀' 포용 가시밭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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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8-20 19:49:02 수정 : 2012-08-20 19: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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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된 보수 결집 과제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대권가도의 첫 고빗길을 무난히 넘었다. 그것도 역대 어느 경선보다 득표율이 높아 박 후보 주변사람들은 고무돼 있다. 첫 고지 등정은 도전자들의 국민 지지도가 워낙 미미해 그 자체로 사족을 붙이기 힘들긴 하다. 그래도 박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된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그간 새누리당을 실질적으로 지배했지만 당 후보로 결정됨으로써 이젠 명실상부하게 전권을 쥔 당의 지도자가 된 것이다. 박 후보의 지지율은 역대 어느 후보보다 추세가 일정하며 탄탄하다. 더구나 야권 후보의 경선이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기선을 제압한 의미도 있다. 박 후보가 대권 길목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앞길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고빗길이 가로놓여 있다. 다음 고빗길은 패자를 포용하는 ‘라이벌팀’ 구성 여부이며, 그 다음 야권후보와의 한판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두 번째 고지를 무사히 점령하려면 박 후보가 고도의 정치 역량을 발휘하고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고 당내 결속을 다져야 하는 엄중한 과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내 인사들은 “두 번째 고지 등정 과정에서 험난한 바윗길이 예상된다”고 말한다. 캠프 내에서 인적쇄신 논란과 진용짜기의 방법론을 둘러싸고 권력 투쟁이 한창인 것은 이를 입증한다.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 이상돈 정치발전위원 등 ‘영입파’가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 등 ‘당내파’의 보수통합론에 반대하며 중도강화론을 고수, 캠프 결속력이 흔들거리고 있다. 중도강화론은 보수표의 결집이 지난 4·11 총선을 통해 이미 다 표출된 데다 어차피 박 후보가 보수의 아이콘이므로 공격적으로 외연을 강화해 중간층과 젊은 층 공략에 주력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당내파들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자의 20% 정도가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토끼들을 확실히 잡기 위해서는 당화합을 통해 내실을 다진 다음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게 선거의 상식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 논쟁의 속을 들여다보면 정체성과 정치철학, 노선투쟁 등의 문제와 연결돼 있어 일도양단식으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박 후보의 방향성과 집권 후 정부 성격을 두고 주도권 다툼의 측면을 갖는 이 논쟁이 심화되면 캠프의 팀워크를 뒤흔들 소지가 크다.

박 후보는 조만간 이견을 봉합한 뒤 내부 조정 작업을 거쳐 진용을 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쪽을 다 손들어주면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영입파들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캠프 내 인적쇄신 요구를 접지 않을 경우 비박(비박근혜) 주자를 끌어안으려는 박 후보 전략은 근본적으로 헝클어질수 있다. 예컨대 박 후보는 조만간 당내 경선에 참여한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협력을 요청할 태세지만, 김 지사는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경질’을 요구한 바 있어 두 사람의 공존이 쉽지 않다. 이상돈 위원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 차원에서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공천 불가를 공개적으로 주장, 감정의 골이 깊다. 박 후보가 이 전 장관에게 협조를 요청하면서 이상돈 위원을 곁에 둔다는 것은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박 후보는 5년 전 경선에서 패배하자 이명박 후보에게 승복, 정치의 신기원을 이뤘다. 아름다운 패배로 기록되면서 정치적 자산을 더 탄탄히 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에서 선대위원장을 제안했지만 박 후보는 “당원으로서 백의종군하겠다”며 거절했다. 이런 전례가 있는데 이번 경선 참여자들을 선대위원장 등 선대위 요직에 영입하기 위해 선뜻 손을 내밀지는 미지수다. 박 후보가 지킨 원칙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김 지사 등의 감정전선도 우호적이지 않다. 이들이 경선 과정에서 쏟아낸 어록은 없는 일로 치부하기엔 상당히 치명적인 내용들이다. 이 전 장관, 정 전 대표 측은 대선 과정에서 ‘백의종군’하면서 재기를 노리는 구상인 듯하다. 

1997년 15대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는 보수 분열의 최소화를 위해 박찬종씨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나 박씨는 이 후보 대신 탈당한 이인제 후보 쪽에 가담했다. 박씨마저 놓치면서 보수 진영은 사분오열되고 이 후보의 대권 도전은 실패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 새누리당의 분열상이 가볍지만은 않다는 게 중평이다. 이 전 장관 정 전 대표의 경선불참, 김 지사의 거친 비판,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 표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경제계의 반발과 캠프 내부 혼선 등이 이어졌다. 

1997년 대선에서 대표적 보수인사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왼쪽)는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운데)와 손잡고 ‘DJP 연합’ 정권을 창출했다. 오른쪽은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
세계일보 자료사진
1997년 사례를 보면 박 후보의 두 번째 고지 정복 과정은 야권 후보와 건곤일척의 결투보다 더 힘든 사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 본선에서 박빙의 여야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분열하는 쪽이 필패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가 이 고지를 상처 없이 돌파할지, 반박(반박근혜) 인사들을 하나로 모아 ‘라이벌팀’을 만들어내는 정치 능력을 발휘할지가 향후 대선 정국의 최대 관심사다.

백영철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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