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법적근거없어 ‘들키지 않게’ 관찰만 해야
서울 강남권 A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현행 ‘성범죄 우범자 관리제도’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범자에 대한 첩보를 수집하던 중 당사자가 나타나 욕설을 한 적이 있다”며 “강제력을 행사할 근거가 없어 죄인처럼 쫓겨났다”고 털어놨다.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성폭력 우범자 관리대책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충격적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관리 강화를 약속했지만,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돼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범자 관리대책이 겉돌고 있는 만큼 법적 근거를 시급히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크게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담당제도’와 ‘우범자 관리제도’ 등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성범죄 전력자를 관리하고 있다.
2009년 11월 시작된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담당제도’는 법원이 선고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를 해당지역 경찰이 1대1로 전담 관리하는 방식이다. 경찰이 이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법에 명시돼 있고, 관리대상도 6월 말 현재 569명으로 많지 않다.
문제는 ‘우범자 관리제도’다. 이 제도는 2만여명에 달하는 성폭력 전력자를 해당 경찰서가 중점관리·첩보수집·자료보관 대상자로 구분해 관리하도록 했다. 중점관리 대상자는 매달 한 번, 첩보수집 대상자는 3개월에 한 번씩 동향이 보고된다. 하지만 관리대상이 협조를 거부하더라도 이를 강제할 법적인 근거는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고 형식 등 정해진 매뉴얼도 없어 현장 경찰관이 임의로 판단해 동향을 기록해 보고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 관리는 ‘간접 관찰’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중점관리 대상자는 2010년 6월 ‘김수철 사건’이 터지자 추가된 것으로, 경찰 예규에도 관리 근거가 없다. 심지어 경찰청 지침에는 ‘대상자가 관리 대상임을 추측할 수 있는 언행을 금지할 것’, ‘성범죄자라는 사실이 주변에 노출되지 않게 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일 경우 대응이 어려운 탓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일부 관리 대상자는 ‘경찰관이 전과를 운운하고 사생활을 캐묻는 것이 부당하다’, ‘형을 마쳤는데도 불쑥 찾아와 너무 기분이 나빴다’는 등의 진정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B경찰서 형사과장은 “전과자들은 대개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아 주변에서도 잘 모른다”며 “현재로선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통영 사건 용의자 김모(45)씨도 경찰이 사건 발생 이틀 전인 14일 주변 탐문을 했지만 ‘생업인 폐기물 수집이 잘 안돼 표정이 어둡다’는 수준의 첩보만 보고됐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범죄심리학)는 “우범자 관리의 법률적 근거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교도소·보호관찰기관 등 각 사법기관이 우범자 정보를 교환·관리하는 등 밀접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영국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우범자 정보수집’ 항목을 신설하는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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