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최우선적으로 감안하겠다는 입장이면서도 고조되고 있는 각계의 미국산 쇠고기 검역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검역 중단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비정형 광우병의 경우 오염된 사료에 의하지 않고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비정형 광우병에 걸리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한 발 물러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박용호 검역검사본부장은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항간에는 전문가라는 분들이 비정형 광우병에 대해 확실하지 않은 얘기들을 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비정형 광우병에 대한 정설은 하나도 없다"며 "전염성도 없고, 위험성도 매우 의심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덧붙였다.
비정형 광우병은 일반적인 광우병과 비교했을 때 발생 부위가 다르고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프리온'의 크기가 다르다.
일반 광우병의 경우 주로 사료를 매개로 해서 전파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비정형 광우병은 현재까지 주로 소의 노화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정형광우병은 2001년부터 현재까지 15개국에서 65건이 발생했지만 1건을 제외한 64건이 모두 평균 144개월 이상의 늙은 소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생후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게 아니라는 게 농식품부의 해석이다.
유한상 서울대 수의대 교수도 "그동안 비정형 광우병에 걸린 소들은 10년 이상된 나이 많은 소들이 대부분"이라며 "아직 사람에 전달될 위험성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거의 없는 것으로 (연구결과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 반발하고 있다. 비정형 광우병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연구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23개월의 어린 소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광우병은 세계적으로 19만건 정도로 많은 건수가 있어서 연구가 있지만, 비정형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인 자문위원으로 참석한 이영순 서울대 전임교수도 "(비정형 광우병의) 기전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직 원인 불명의 질병에 대해 우리 정부가 나서서 "안심하라"고 미국 정부 대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우리 정부가 비판적인 시각을 갖지 않고 미국의 자료만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문제"라며 "수입국은 자기 나름의 논리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광우병은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이기 때문에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적 사실만 가지고 조치해선 안 된다"며 "사전 예방조치나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국민의 보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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