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은 그가 사용하는 기술 장치 앞에서 사라지지만, 그 대가로 이 장치에 의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것을 제공받는다.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 대중에게 분배되는 재화의 양이 증가할수록 대중은 무기력해지고 조종될 가능성이 커진다. 물질적으로는 괄목할 만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보잘것없는 대중의 생활수준 향상은 천박한 정신의 확산에서 잘 나타난다.
정신의 진정한 속성은 물신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정신이 문화 상품으로 고정되고 소비를 위한 목적으로 팔아넘겨질 때 정신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상세한 정보와 유치한 오락의 범람은 인간을 계몽하면서 동시에 바보로 만든다.
<‘계몽의 변증법’ 중에서, 2005 한양대·2007 숙명여대·2008 서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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