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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오른쪽)이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1총선 서울 관악을 지역구 야권 후보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발생한 ARS조사 조작 증거를 제시하며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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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서울 관악을 후보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 조작을 인정하고 재경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날 통합진보당은 총선이 코앞에 닥친 터라 ‘연대’를 무기로 “어쩔테냐”고 으름장을 놓는 모양새다. 이 공동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후보직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타 지역 당원이 여론조사에 응답해 통합진보당 후보 쪽으로 결과가 뒤집어졌다는 의혹을 받는 안산단원갑의 사례를 들어 “(이런 응답을) 민주당 백혜련 후보 쪽에도 찾아보면 나오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며 ‘물귀신 작전’도 폈다. 거당적으로 민주당을 공격하며 맞불도 놓았다. 천호선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마치 무슨 좋은 기회를 만난 것처럼 근거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모함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단일화 경선에서 불법선거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심상정 공동대표 선대본은 “민주당 관계자가 경선 전 당원에게 ‘탈당해 새누리당 압승을 돕겠다’는 반야권연대적 문자를 보냈다”고 폭로전을 벌였다.
‘수도권 빅4 후보’로 불리는 이·심 공동대표, 노회찬·천호선 대변인은 ‘당의 자존심’으로 표현되는 상징적 인물이다. 특히 이 공동대표는 당내 최대 계파인 옛 민주노동당 지분을 대표한다. 이번 파문에 대해 당이 대책회의를 열고 강공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관악구 주민’이라는 이가 인터넷에 공개한 이 문자는 “예배시간 전후 집 전화 여론조사 끊지 마시고 응답 부탁드리겠습니다. 40세 이상 질문 끝나고, 19세∼39세 응답해 주세요. 김희철 후보 지지해주세요.…이행자(민주당 서울시의원) 드림’이라고 적혀 있다. 이 의원은 “교회 20, 30대 모임 회원에게만 보낸 합법적 경선 독려 문자”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버틸수록 통합진보당의 도덕성은 공격을 당하며 상처를 입었다.
심 공동대표에게 패한 민주당 고양덕양갑의 박준 후보는 불법유급선거운동원의 추가 녹취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지금 심상정씨 사무실에서 당장 들어오라고 난리가 났어. 왜들 그래 진짜. 내가 뭔 잘못을 했다고”라는 등 전날 녹취록이 폭로된 데 대해 항의하는 통화 내용이 담겼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통합진보당의 ‘부도덕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하지만 이대표를 뺀 빅3는 22일의 선관위 후보등록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태산 같은 결정을 기다린다”(박용진 대변인)는 입장 발표 외에 언급을 삼갔다. “지도부는 명명백백한 사실만 논의하기로 했다”며 의혹 확산을 경계했다. 단일화 성과를 잃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을의 고연호 후보가 “야권연대 시작부터 4+1안(관악을, 은평을, 노원병, 고양덕양갑의 수도권 4곳+호남 1곳 양보안)을 정하고 간 것 아니었느냐”며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표출한 것도 지도부의 이런 수세적 태도에서 비롯됐다.
이찬복 TNS 정치사회조사본부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반새누리당 정서를 지닌 부동층을 흡수해온 단일화의 효과가 이번 파문으로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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