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경제적 안정 급선무
내수 제조업체의 체감경기가 2년8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제조업체 1623곳을 비롯한 전국 2503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내수 제조업체의 2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전월보다 1포인트 떨어진 79를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 6월(75)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11월 84 이후 하락을 거듭하는 흐름이다. BSI는 기준치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100을 웃돌면 반대의 뜻이다. 한은이 제조업체를 상대로 경영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내수 부진’을 꼽은 기업이 18.6%에 달했다. 2009년 12월의 19.7% 이후 비중이 가장 컸다. 한은 관계자는 “내수기업이 경기둔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BSI를 보면 도·소매업 업황이 크게 부진한데, 내수 제조업체가 물건을 만들어도 잘 팔리지 않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한편 중소기업들이 내다보는 중소기업 업황전망은 2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2월27일자 세계일보〉
〈2월27일자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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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조찬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진흥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 기사는 국내 내수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여준다.
기사에 따르면 BSI 지수는 작년부터 계속 하락해 2009년 이후 최저치인 7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제조업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내수업체들이 경기를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내수 제조업체는 대기업보다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자동차, 반도체 등 수출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그 덕에 국가 전체적인 경제 지표는 비교적 좋은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사정은 정반대다. 이 기사가 말해주듯 내수경기는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중소기업의 숫자는 전체의 99%에 달한다. 즉 서민 대부분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중소기업에서 받는 급여로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가 최악의 상태에 있으니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물론 내수 경기의 침체는 한두 가지 정책을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대기업 중심의 수출산업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고 내수 시장에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골목 상권까지 잠식하려 하고 있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백성에게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게 되니, 진실로 항심이 없으면 방탕하고 편벽되고 사특하고 사치스럽게 되어 못할 일이 없습니다’라는 말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가슴에 와 닿는다. 정치란 국민들의 생활을 평안하게 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항산, 즉 국민들이 경제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준법을 강조하고 범죄를 엄단하겠다는 것은 항산이 없이 항심만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맹자는 항산이 없으면 항심을 잃게 되고 항심이 없으면 ‘방탕하고 편벽되며 죄악에 빠진다’고 말한다.
또한 이런 백성을 ‘쫓아가 벌주는 것은 백성을 그물로 쳐서 잡는 것과 같다’고 충고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고 파업에 나선 해고 노동자는 항산을 잃은 것이고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이는 중소 상인 또한 항산을 잃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현행법을 위반하는 경우 법적 관용 대신 엄중한 처벌을 고집한다면 백성을 그물을 쳐서 잡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항산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 재개발 때문에 수십 년 동안 해오던 장사를 접어야 하는 영세상인, 골목까지 진출한 대기업의 횡포로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동네 빵집 등.
정치의 역할은 실정법만을 내세워 이들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에게 항산을 베푸는 일이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곧바로 서민 경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동반성장위원회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한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 총수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부터 일언지하에 거부됐다. 이들에게 맹자가 말한 항산과 항심의 진정한 의미를 들려줘야 하지 않을까?
비상에듀 논술강사 안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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