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보는 앞에서 발생한 조직폭력배간 유혈 난투극 논란은 경찰 수뇌부와 현장 경찰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일선 경찰들은 '조폭 난투극'과 관련해 경찰 수장이 일선 경찰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며 항변하고 있으며, 경찰청은 출동 시간이 늦었고, 보고도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폭 난투극'의 책임론을 두고 수뇌부와 일선 경찰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조현오 경찰청장의 "조폭 앞에서 꽁무니 빼는 경찰" 등 그동안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청의 수장인 조현오 청장이 단순 언론보도만 보고 경찰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 일선 경찰의 항변이다.
27일 인천 남동서 소속 경찰관은 내무망에 올린 글을 통해 조현오 경찰청장의 "조폭에 주눅든 경찰"의 발언에 대한 해명의 글을 올렸다.
그는 내부망을 통해 "저는 언론과 방송에 연일 지탄받고 있는 인천길병원 장례식장 조폭 유혈난동사건의 현장지휘 책임자였던 인천남동경찰서 형사과팀장이다. 전국에 근무 중인 경찰관과 가족께 사실을 말씀드리고자 글을 쓴다"고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66주년 경찰의 날 팀장은 49제로 연가 중이었고, 선임 팀원인 제가 팀장업무를 수행했다"며 "저는 사무실에 있다가 상황실의 연락을 받고 테이저 건 등 장비를 챙겨 형사기동차량을 타고 장례식장 앞에 도착했다. 주변은 너무나 평온한 상태로 별다른 조짐이 없었고 장례식장엔 많은 빈소가 차려져 있어 일반 조문객들로 보이는 사람들만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상황을 파악하고자 빈소 등을 상대로 탐문을 했고, 크라운조폭 추종세력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것을 보고 이를 경고했으며, 형사과장에게 이 상황을 전파하고 상황실에 지원요청을 하던 중 형사기동차량 뒤쪽 30여 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불상의 남자 2명이 뛰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제가 주변에 있던 형사들에게 "야. 잡아"라고 소리치자 일제히 뛰어가 칼을 들고 있는 피의자를 제압했다"며 "형사기동차 옆에서 피의자는 이미 피해자를 칼로 찔렀고 또 찌르려고 하는 순간에 '찌찌직, 찌찌직'하면서 테이저 건을 사용해 신간석파 행동대원을 살인미수죄로 체포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특히 "이러한 체포과정에서 주변에 있는 크라운파 추종세력들이 저희들에게 몰려들었다"며 "그래서 우리 형사 5명은 화단 위에서 피의자를 제압하면서 그들과 대치하는 등 위급한 상황이었다. 저와 우리팀원들은 목숨을 걸었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여기서 우리가 죽고 없어도 동료들이 끝까지 추적해 범인을 잡을 수 있도록 아주 긴박한 상황임에도 막내 형사에게 채증을 시켰다"며 "저는 현장책임자로서 동료 직원들과 더불어 흉기를 소지한 범인을 제압하고 피해자를 구조 후송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가 홍보실에 건네준 CCTV 동영상을 방송사 등은 편집해서 사실을 왜곡 보도했다"며 "형사기동차 뒤에서 뛰어 다닌 사람들은 조폭이 아닌 저희 강력팀원들이었다"며 "지친 몸을 이끌고 옷을 갈아입고자 집에 갔더니 잠이 든 어린 아들이 깨어나 울면서 하는 말이 형사기동차 뒤에 뛰어다니던 사람이 우리 아빤데, 우리 아빠 조폭이었어요? 우리 아빤 경찰이잖아요 라고 말해 아무 말도 못하고 속옷만 챙겨주는 처의 손을 꼭 잡고 속으로는 결단코 비굴하지도 않았고 조폭들앞에서 벌벌 떨지도 않았다고, 진실은 밝혀진다"고 말했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덧붙여 그는 "동료 선후배 여러분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알려달라"며 "저는 조직폭력배들 앞에서 결코 꽁무니를 빼는 그런 비굴한 경찰관은 아니었다고. 목숨을 걸었던 자랑스러운 강력팀 형사였다고. 거리를 다닐 때 경찰가족이라는 이유로 고개를 숙이고 다니지 말고 떳떳이 고개를 들고 다니라고 말씀해 달라. 우리는 조폭들 앞에서 결코 비굴하지 않았다"고 동료 경찰을 위로했다.
경찰 내부망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경찰청 감사과는 즉각 내부망을 통해 해명했다.
경찰청 감사과는 27일 오후 1시께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사건의 문제는 강력 3팀의 출동 지연에 있다"며 "검거과정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경찰관들은 경찰 수장이 "꽁무니빼는 경찰"이라는 표현을 해가며 경찰 전체를 매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 모 경찰서 소속 한 관계자는 "목숨을 내걸고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들에게 조폭에 주눅든 경찰이라고 조직 전채를 싸잡아 말한 것은 일선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현장을 잘 모르고 언론보도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겠냐"며 "인천경찰을 향해 쓴소리로만 일관해 온 경찰청도 이번 기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 감사과는 이날 오후 1시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명글을 올렸으며, 이 글엔 현재(2시 10분) 20여 개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또한 내부 게시판에는 500여개의 넘는 관련 글이 올라오는 등 내부망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상태다.
일선 경찰들은 댓글과 게시글을 통해 "조현오 청장이 경찰 전체를 '조폭에 주눅든 경찰'로 매도하고 있다"는 내용을 애둘러 표현하는 등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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