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분노의 '도가니'… 무관심한 사회 깨우다

관련이슈 충격실화 '도가니 신드롬'

입력 : 2011-09-29 14:50:39 수정 : 2011-09-29 14:50:39

인쇄 메일 url 공유 - +

스크린 고발로 묻혔던 ‘인화학교 성폭행’ 전면수사
영화 본 대법원장 “충격”… “공소시효 폐지” 여론

“달걀 투척, 천막 농성, 1인 시위, 행정 소송까지 해도 아무 반응이 없더니….”

장애인 특수학교 광주 인화학원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28일 개탄 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간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스쳐 간다고도 했다. 무관심한 사회를 향해 진실 규명을 외쳐온 지 6년째. 사건이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지만 그의 말투에는 희망보다는 사회에 대한 짙은 ‘서운함’이 묻어났다.

영화 ‘도가니’로 부활한 이 사건은 벌써 6년 전 일이다. 2005년 한 교직원의 폭로로 이미 당사자들이 재판을 받았고, 2007년에는 이에 반발한 청각장애 학생들이 교장을 향해 밀가루와 달걀, 물감 세례를 퍼부었다. 2009년에는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씨가 같은 제목의 소설을 내놓으며 세상에 호소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사회는 무관심했고 사건은 잊혀져 갔다.

묻혔던 작가의 희망은 2년 뒤인 2011년에야 영화로 만들어지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급기야 앞으로 사법부 개혁을 이끌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의 발걸음까지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들끓는 여론에 정부와 정치권도 부랴부랴 움직이는 중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저녁 8시20분부터 서울 중구 명동 CGV에서 ‘도가니’를 관람한 뒤 “오랜만에 보는 영화인데 메시지가 충격적이면서 감동적이었고,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장애아동에 대한 이런 인권 유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대법원 관계자는 전했다.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향후 법원 판결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양 대법원장은 “다만 영화가 고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재판과정을 사실과 다르게 보여줌으로써 사법에 대한 신뢰가 근거 없이 훼손된 점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이날 광주 인화학교에 남아있는 장애인에 대한 인권과 안전 확보 차원에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선제적으로 수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필요하면 현장에 직접 나가 수사를 지휘하면서 추가 성폭행 피해 사례를 수집할 계획이다. 또 관할 행정당국 관리·감독의 적정성 여부를 살피고, 인화학교 내부의 구조적 문제점 및 비리 여부를 검증하기로 했다. 

경찰은 특히 재단 측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과정에서 구조적인 비리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지능범죄수사대 1개팀을 이날 광주에 급파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다음달 5일 시·도교육청 특수교육 담당관회의를 열어 강화된 성폭력 대처 방안을 전달하고, 기숙사가 설치된 41개 특수학교(학교법인, 복지법인)를 대상으로 장애학생 생활실태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는 사회복지재단의 족벌경영을 막는 내용의 일명 ‘도가니 방지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때늦은 공론화를 바라보는 피해자 가족과 대책위 관계자의 시선은 회의적이다. 추가 범행이 드러나면 보강 수사는 가능하겠지만 판결이 확정된 사건이어서 재수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가벼운 처벌로 ‘면죄부’를 받았고, 그중 일부는 학교에 복직까지 한 상황이다.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더욱 엄하게 다루도록 관련법을 만들고 아동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상규·조민중 기자 skw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