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과 달리 先 단전조치…일각 “과잉대응” 지적도
15일 발생한 최악의 정전사태는 초가을 이상 고온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이 1차 원인이다. 여기에 정부 당국과 발전사들의 빗나간 수요 예측으로 일부 원자력발전소 등이 정비에 들어가면서 전력 공급량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특히 예고된 초가을 늦더위에도 안이하게 대응한 당국자들의 태도와 사상 처음 단행된 ‘순환정전(단전)’임에도 사전에 알리지 못한 허술한 시스템 등에 비춰 이번 전력 대란이 사실상 인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전력 피크(최대전력수요) 위기에 몰린 전력거래소가 위기 대응 매뉴얼과는 무관하게 지역별 단전 조치를 취하는 등 과잉대응한 것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가을에 접어들면서 발전소들이 속속 계획정비에 들어가 이날 현재 전국 23개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는 발전용량으로는 총 834만㎾ 규모로 전국 전체 발전용량의 11%에 해당한다. 게다가 발전소 2기는 고장 상태였다.
통상 발전소는 15∼18개월마다 한차례 가동을 중단하고 순차적으로 1개월가량의 계획 정비에 들어간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과 겨울을 피해 봄과 가을에 정비가 집중되는데 올해도 통상적인 관례를 따른 셈이다.
전력공급의 핵심축인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영광 2호기가 지난달 29일 연료 교체를 위한 계획정비에 들어갔으며, 울진 4호기는 지난 9일, 2호기는 지난 14일 가동을 중단하고 계획 정비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처럼 전체 발전 용량의 10분의 1가량이 줄어든 반면 이날 늦더위로 전력수요는 6726만㎾에 달해 정부 예상치를 320만㎾가량 웃돌았다.
매뉴얼에 따른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전력위기가) 워낙 다급한 상황이었기에 전력거래소가 순환정전을 실시하고 우리 쪽에는 나중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전력위기 대응 매뉴얼 상 순환정전은 예비력이 100만㎾ 미만인 ‘심각’(레드) 단계에 들어갔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여서 일부에서는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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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더위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국 곳곳에 정전 사태가 발생한 15일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에서 염명천 이사장이 일일부하현황 그래프로 정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종덕 기자 |
정부는 정전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획 정비에 들어간 발전소 중 일부의 정비를 중단하고 16일부터 가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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