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상으로는 이념과 연령을 불문한 고른 지지가 ‘안풍(안철수 바람)’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안 원장의 중도적이고 참신한 이미지가 유권자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얘기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서울시민 1006명 대상)에서 지지율 39.5%로 1위에 오른 안 원장은 민주당 뿐 아니라 한나라당의 지지자로부터도 높은 선택을 받았다. 한나라당 지지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32.7%만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2위, 13%)에게로 갔을 뿐 30.9%는 안 원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선택 유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응답자 31.6%와 34.0%가 각각 안 원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3위, 10.9%) 지지로 양분됐다.
국민일보·GH코리아 조사(〃 500명 대상)에서도 양당 지지자 상당수가 안 원장에게로 몰려가는 양상이 드러났다. 한나라당 지지자 중 40.2%, 민주당 지지자 중 62.2%가 안 원장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수치상으로는 쏠림 현상이 더 심한 편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핵심이었다. 중앙일보 조사에서 안 원장은 이 연령층에서 무려 57.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각각 8.9%, 8.0%에 그친 한 전 총리와 나 최고위원으로서는 게임 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령층 인기가 적지도 않았다. 그는 50대에서 29.4%를 얻어 나 최고위원(21.2%), 한 전 총리(10.6%)를 제쳤다.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만 19∼29세의 안 원장 지지율이 무려 66.4%로 나와 가장 높았다. 50대까지 안 원장 지지율은 타 후보를 압도했다. 지역별로도 안 원장은 고른 지지를 받았다. 특히 여당의 전통 텃밭인 강남에서 60%대의 지지율을 차지했다. 블랙홀처럼 지지층을 빨아들이는 안풍의 위력이 지속된다면 선거 판세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1995년 첫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했다가 패한 박찬종 전 의원은 이날 “16년 전 내가 나설 때보다 상황이 많이 좋다”며 “무소속 출마의 명분과 취지를 분명히 밝히면 틀림없이 당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원장 인기에 대한 거품론도 만만치 않다. 젊은 층의 약한 충성도, 지지층 강화의 조직 부재, 선거 임박시 여야 전통층 결속 등이 안풍의 걸림돌로 꼽힌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여야의 고정 지지층이 뭉치게 되며 단순한 인기만으로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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