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 관계자는 13일 “이번 총기사건을 비롯해 해병대 내 구타나 가혹행위, 기수열외 등 악습이 기수에 의해 비롯된 것으로 보고 해병 기수에 명령, 지시, 간섭 권한과 무조건 복종 등 부정적 요소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병대가 기수에 따른 명령, 지시, 간섭 사례를 조사해 이를 구체화한 뒤 조만간 기수 개념을 명문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12일 오후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해병대 병영문화 개선 추진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기수 자체의 긍정적 전통은 살려야 하지만 악습과 폐습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며 해병 기수의 개념 재정립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일각에서 일그러진 해병대 병영문화를 없애기 위한 상징적, 실효적 조치로 기수를 아예 없애는 ‘기수 파괴’도 거론하고 있지만 해병대 내 반발을 우려해 공론화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해병대는 선임 병사가 후임 병사를 지휘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이는 2003년 육군에서 시행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분대장을 제외한 분대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병영생활을 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육군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추진해 구타·가혹행위 근절에 일조한 윤일영 당시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은 “해병대 문제의 핵심은 기수별로 명령을 내리고 따르는 것”이라면서 “육군도 수십년 동안 같은 문제가 있었지만 명령계통을 명확히 함으로써 획기적으로 근절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혁이 지지부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국방부가 해병대에 직접 손을 대거나 외부기관의 힘을 빌려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해병대는 오는 18일 해병2사단에서 열릴 ‘병영문화 대토론회’에서 이 같은 해병대의 자정 노력을 외부에 알릴 방침이다.
한편 국방부는 사회에서 자유롭게 자란 젊은이들이 군에 들어와 억압된 환경 속에 제대로 적응하는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국방부가 육군 논산훈련소 훈련병 824명을 대상으로 외동아들과 입대 전 혼자서 방을 사용한 경우를 조사한 결과 외동아들은 503명으로 61%, 혼자 방을 쓴 사례는 730명으로 8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병진·안석호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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