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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진짜 해병'으로 다시 태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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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7-08 17:59:49 수정 : 2011-07-08 17: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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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4월 15일 진해 덕산비행장에서 고고(呱呱)의 성을 울린 해병대는 창군 이래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은 특수 기동군이다. 해병대를 향한 국민의 사랑은 몇 년 전부터 해병대 훈련과정을 벤치마킹한 해병대 캠프 열풍을 불러일으키더니 최근 인기 배우 현빈의 입대와 백령도 배치로 절정을 맞았다.

국민의 해병대 사랑이 어떤 연유로 이처럼 깊어진 것일까. 6·25 전쟁 상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북위 38도 선에 남침 준비를 완료한 인민군 사령부의 시계 초바늘이 재깍거리며 돌아가던 그 시간대, 1950년 6월 24일 저녁 채병덕 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는 육군본부 장교 구락부 준공식 파티에 참석해 거나하게 술자리를 즐겼다. 38선의 심상찮은 동향에 대비한 비상경계령조차 하필 이날 해제된 상황. 많은 장교와 사병들은 휴가를 얻어 병영을 떠났다. 우리 군 지휘부가 술에 취해 막 잠들었던 다음날 새벽 인민군의 소련제 탱크가 불을 뿜기 시작했고 국군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김국수 언론인·선문대 교양대 객원교수
불과 사흘 만에 서울을 점령하는 등 파죽지세이던 인민군은 그러나 ‘불운하게도’ 통영반도에서 해병대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해 8월 17일 우리 해병대는 통영에서 1개 중대 병력으로 적 대대병력을 기습해 섬멸하는 놀라운 전과를 올린 후 반격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던 것이다. 이 통영지구 전투는 전세를 뒤집는 계기가 된 국군의 최초 승리였다.

당시 미국 뉴욕 헤럴드 트리뷴지의 종군 여기자 마거릿 히긴스는 ‘귀신 잡는 해병’(Ghost Catching Marines)이란 찬사 어린 제목의 기사를 송고해 한국의 운명에 희망이 남아 있음과 한국 해병대의 존재를 세계에 알렸는데, ‘귀신 잡는 해병’이란 말은 이처럼 우리 스스로 우쭐해서 만들어 낸 표현이 아닌 것이다. 여기에 도솔산 전투 등 ‘싸우면 이기는’ 혁혁한 전과를 통해 해병대는 국민의 자랑이 됐고 베트남전에서 적이 던진 수류탄에 몸을 날려 부하들을 구한 고 이인호 해병소령의 고귀한 희생까지 더해져 해병대의 호국정신은 한층 빛을 발했다.

하지만 사랑이 깊은 만큼 배신에는 실망도 크고 미움도 큰 법. 장성이 둘이나 구속된 수뇌부의 투서질 추태, 강화도 적기 오인 사격, 백령도 사병 의문사, 성추행 사건 등 최근 잇달아 터져 나온 불미스러운 사건은 국민의 질책을 자초했고 자긍심 강한 해병대 출신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지금 해병대는 한마디로 리더십의 실종 속에 창군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해병대원 모두가 분노에 떨었던 1973년 10월 해군 편입 당시도 요즘처럼 참담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해병대는 선택해야 한다. 충무공의 말씀대로 살 것인지 죽을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선택은 하나다. 총기난동 사건으로 귀한 집 자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시침 뚝 따고 높은 자리에 앉아 있다면 그것은 지휘관의 태도가 아니다. 장관이든 사령관이든 사건에 지휘 책임이 있는 사람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옷을 벗어야 한다.

동시에 해병대 특유의 끈끈한 전우애가 포항과 김포, 백령도와 연평도에 차고 넘치도록 병영폭력 근절책을 제시해야 한다. 사랑받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날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은 해병대와 국방부의 몫이다.

김국수 언론인·선문대 교양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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