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우주왕복선의 시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세계 최강대국의 기술과 자본력을 과시하는 행사였던 우주왕복선의 발사 장면은 이제 8일 애틀랜티스호의 마지막 임무 수행을 끝으로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
1981년 시작해 정확히 30년간 이어진 우주왕복선 사업에 대해 미국은 더 이상 세금을 쏟아붓지 않기로 했다. 대신 소형 우주선을 개발하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은 물론 세계 어린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해주었던 이 ‘비행기를 닮은 우주선’은 이제 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나사(미 항공우주국)는 앞으로 우주정거장을 오갈 때마다 1인당 5100만달러의 승선료를 내고
러시아의 일회용 우주선 ‘소유스’를 이용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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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왕복선 두대가 동시에 발사대에 올려진 진풍경이 펼쳐졌다. 애틀랜티스호(앞)와 엔데버호가 2008년 9월20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동시에 발사대기하고 있다. 엔데버호는 애틀랜티스호가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즉시 구조작업에 나서기 위해 발사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저무는 한 시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미국인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 인근에는 애틀랜티스호 발사를 보기 위해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인근 호텔은 5월 말 예약이 완료됐다. 케네디 우주센터가 있는 브리바드 카운티의 ‘우주해안 관광진흥국’의 로브 발레이 국장은 “우주왕복선 발사를 볼 수 있는 카운티 내 모든 호텔과 콘도 예약이 이미 끝났으며, 35마일 떨어진 올랜도 지역도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사 사진사인 벤 쿠퍼는 “왕복선 발사대가 보이지 않는 지역이라 하더라도 해안에서 발사해 우주 상공으로 비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에는 모두 관광객들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주왕복선 영광과 고통의 30년
1981년 4월 12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불기둥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컬럼비아호는 307㎞ 상공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각종 시험을 수행하고 캘리포니아 에드워드 공군기지에 귀환하는 데 걸린 시간은 이틀하고도 6시간20분53초였다. 우주비행사 존 영과 로버트 크리펀은 영웅이 됐다. 이 비행은 나사 우주왕복선의 첫 비행이었다.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타고 108분 동안 우주를 비행한 뒤 지구로 귀환한 지 딱 20년 뒤에 미국이 꿈을 실현한 것이다. 컬럼비아호의 발사와 착륙 장면은 당시 지구촌을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가 됐다. 미국은 1983년부터 1년에 한 대씩 새로운 우주왕복선(챌린저호, 디스커버리호, 애틀랜티스호)을 선보이며 우주개발경쟁에서 앞서나갔다. 이와 더불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강한 미국을 이끄는 지도자로 우뚝 섰다.
1986년 1월 28일. 텔레비전을 통해 챌린저호의 발사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발사 73초 만에 챌린저호가 폭발하면서 거대한 연기구름 속에 사라졌다. 탑승했던 우주비행사 7명은 재로 변했다. 우주왕복선의 안전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나사 과학자들은 원대한 꿈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대대적인 조사에 돌입했다. 이 사고로 매년 행해지던 발사는 2년간 중단됐다. 챌린저호 사고는 연료탱크의 고무패킹이 저온상태에서 균열을 일으켰고 그 틈으로 샌 연료에 불이 붙으면서 폭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은 우주개발의 상징인 우주왕복선 사업 재개에 안간힘을 썼다. 1992년 엔데버호를 발사했고 2000년에는 100회 발사를 돌파하는 등 챌린저호의 악몽을 극복하는 데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2003년 원조 우주왕복선인 컬럼비아호가 임무를 마치고 대기권에 진입하다가 폭발했다. 동체 표면을 보호하기 위해 부착된 내화 타일이 떨어져 나가면서 컬럼비아호에 충격을 줘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폭발한 것이다. 우주왕복선은 챌린저호와 컬럼비아호 사고 때 각각 2년간 중지된 것을 제외하고는 30년간 매년 발사됐다.
돈 먹는 하마 우주왕복선
나사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예산 지원 종료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뒤처져 있고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왕복선 한번 발사 비용이 평균 4억∼5억달러, 많게는 1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발사비용은 총 1740억달러(약 19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나사는 우주왕복선을 통해 우주비행을 상업화해 비용을 보전할 예정이었으나 챌린저호 폭발 등 안전 문제가 이슈가 되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상업화에 실패했다.
차세대 우주선 개발 계획 윤곽은
나사는 늦어도 2015년까지는 차세대 유인우주선 계획을 실현시킨다는 방침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해 2억693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나사는 민간 회사와 손잡는 방식으로 차세대 우주선 개발에 드는 돈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선정된 회사는 보잉, 스페이스 X, 시에라 네바다, 블루 오리진 등이다. 나사의 민간 조종사 계획 책임자는 “앞으로는 미국 국기를 붙이고 우주인을 태운 비행체는 미국 회사들이 만들 것”이라며 “나사는 지구 저궤도에 오가는 우주선 시스템을 만들 회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에라 네바다 관계자는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비행체 ‘드림 체이서’가 2014년 궤도 진입 시험비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12년 전부터 차세대 우주선을 제작하기 위한 각종 실험을 했으며 2012년 대기권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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