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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볼리비아 원주민도 한글 배운다

입력 : 2011-04-26 10:38:30 수정 : 2011-04-26 10: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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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부터 아이마라족 대상 시범 교육
모랄레스 대통령도 문자 보급에 긍정적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 이어 지구 반대편 남미 볼리비아에서도 한글 표기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범사업 단계이지만 해당 부족 인구가 무려 200만명에 달해 한글 표기가 정식사업으로 정착되면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글 보급이 성공하려면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주 볼리비아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수도 라파스에서 원주민인 아이마라족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글 표기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이마라족은 부족 인구가 볼리비아 원주민 가운데 두번째로 많은 200여만명에 이른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과 다비드 초케완카 외교부장관도 이 부족 출신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 아이마라족은 ‘말’은 있지만 표기할 ‘문자’가 없어 부족 차원에서 스페인어를 차용해 사용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1시간씩 이뤄지는 한글 수업에는 현재 40여명의 어린이·성인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 등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홍락 주 볼리비아 대사는 2009년 찌아찌아족에 대한 한글 전파 사례에서 착안해 지난해 6월부터 모랄레스 대통령 등에게 사업의 필요성을 건의했다. 때마침 ‘탈식민주의’를 주창해온 모랄레스 정부가 식민지배의 잔재인 스페인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터라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올해 1월에는 아이마라어 한글 교본이 완성됐다.

2월에는 초케완카 외교부장관이 “한글 표기사업 성과를 긍정 평가하며, 이 사업 확대를 통해 양국 간 문화·교육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싶다”는 공식 서한을 보내고 자신의 고향에도 한글 교육을 요청했다.

우리 학계도 아이마라어 연구에 착수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서울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는 “지난달 말 현지에서 아이마라 단어 800개와 문장 50개를 녹취해 한글과의 언어학적 유사성을 따지는 음운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분석 결과에 따라 볼리비아 국립대학 등과 교류 협정을 맺어 한글 교육을 체계화할 방침이다. 이 연구소 김창민 교수(서어서문학)는 “쉽지는 않겠지만 볼리비아에 한글 전파가 성공하면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고 국격도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기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한글로 그것을 기록한다면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남미의 주요 종족인 아이마라족에게 한글이 보급되면 당사자는 물론 우리나라도 한글을 포함해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며 “시범 사업으로 끝나지 않도록 민간·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나기천·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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