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분위기에서 최인호 부총학생회장은 준비한 호소문을 낭독했다. 그는 “서남표 총장 부임 이후 카이스트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개혁 과정에 학생과의 소통은 없었다”며 “소통할 의지가 전혀 없는 학교에 대해 학부 총학생회와 각 과 학생회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산업 발전의 중심에 카이스트가 있었던 이유는 훌륭한 인재들에게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쟁 위주의 숨 막히는 제도들 때문에 막막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질의응답을 통해 학생회 측은 “경쟁 일변도의 제도에 반대한다”며 “현재 개혁은 실패했으며 새로운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생회 측은 대학 설립 이후 처음으로 비상총학생회를 13일 오후 7시 본관 앞에서 소집하고 학생들의 입장을 모아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비상총학생회에서는 ▲비민주적인 원규 개정(학교정책 결정에 학생대표 참여 보장)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학생 요구안 관철 ▲서 총장의 경쟁 위주의 제도 개혁 실패 인정 등 각 사안에 대한 의결이 진행된다.
기자회견 직후 변규홍 동아리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학교가 생긴 이래 비상총학생회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다”며 “이것만으로도 우리 대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교수협의회도 이날 오전 12시쯤 서 총장을 만나 “학교 발전을 위해 소통을 원활히 하고 구성원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서 총장은 “교수협이 이번 사태 해결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스트는 12일 오후 6시부터 창의관 터만홀에서 서 총장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2차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편 카이스트는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모(54) 교수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11일 자연과학동 건물 박 교수의 사무실 앞에 설치했다. 분향소가 설치되자 고인의 넋을 기리는 학생들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정보전자공학동, 기계공학동, 응용공학동, 창의학습관, 태울관에 분향소를 확대 설치해 박 교수와 학생들을 추모할 계획”이라며 “분향소는 오는 17일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대전=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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