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가 한발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장기화되면서 조기 수습을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학교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징벌적 수업료 폐지와 완전 영어수업제 완화 등 개혁정책의 후퇴를 계기로 수그러들 줄 알았던 분위기는 이제 서 총장의 ‘패배를 용인하지 않는 승자 중심의 교육철학’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가고 있다.
11일 교수협의회의 새로운 리더십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와 한상근 교수(수리과학과)의 영어수업 포기 등 내부의 반기까지 겹치면서 서 총장은 기로에 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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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연이어 자살하면서 충격에 휩싸인 카이스트(KAIST)의 서남표 총장이 11일 오전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대전 유성구 대학 본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
하지만 서 총장의 진퇴를 놓고 정치권 등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은 오히려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이스트가 추진하는 모바일 하버(이동식 항구)와 온라인 전기자동차 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 과정에서 서 총장과 껄그러운 관계를 맺은 교육과학기술부나 경쟁 대학의 축출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서 총장 연임에 반대했던 한 교수는 10일 발생한 박모 교수 자살사건의 도화선이 된 교과부 감사와 관련해 “이전과 달리 몇년치 출석부 제출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감사였다”며 “서 총장을 흠집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 총장과 카이스트 측은 일단 이 같은 사퇴 여론에 대해 “그 사람들의 생각일 뿐”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카이스트 이사회도 15일 임시이사회에서 서 총장의 퇴진까지는 요구하지 않을 분위기라는 것이 이사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 총장의 무리한 개혁 추진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던 학생회 역시 13일 비상총회를 앞두고 사퇴론은 아직 입밖에 내지 않고 있다. 학생회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실패한 개혁을 인정하고 보다 꿈을 키울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교수회도 이날 자체 투표에서 170명의 참석자 가운데 64명만이 서 총장의 용퇴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스트 한 관계자는 “서 총장은 개혁에 대한 뚜렷한 사명감과 비전을 갖고 있어 외부 여론에 흔들리지 않는다”며 “다만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로 개혁이 근본적으로 한계에 봉착했다고 생각되면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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