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나는 가수다?… 나는 꼼수다!

입력 : 2011-03-24 22:19:31 수정 : 2011-03-24 22:19:31

인쇄 메일 url 공유 - +

원칙도 약속도 팽개친 MBC 서바이벌 예능프로
탈락자 재도전에 시청자 성토
회사원 이모(38)씨 부부는 20일(일요일) 저녁 내내 불쾌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3회째를 본 뒤 우롱당한 느낌이 든 탓이다. 제작진에 대한 배신감과 좋아했던 가수에 대한 실망감이 분노로 바뀔 정도였다. 이씨는 “모처럼 ‘가수다운 가수’들이 나와 탈락을 면하려고 최선을 다해 경쟁하는 방식이라 눈과 귀가 즐거웠는데 (제작진과 출연진이) 정말 어이없는 짓들을 했다”고 성토했다.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3회 방송 당일에 이어 21일에도 해당 프로그램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은 이씨와 같은 심경의 시청자들이 쓴 비난 글로 도배됐다. 제작진과 출연가수들이 수차례 밝힌 원칙과 객관적인 심사결과를 무시한 ‘도발’을 강행한 게 화근이었다.

20일 방송은 관심을 모았던 첫 번째 탈락자가 나오는 날로, 청중평가단 500명의 심사 결과 출연가수 7명 중 김건모가 꼴찌였다. 가장 윗선배가 탈락자로 선정되자 제작진과 다른 가수 모두 충격에 휩싸인 표정이었다. 김건모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하지만 결과를 인정 못하겠다는 듯 무대를 뛰쳐나간 가수 이소라와 재도전 기회를 제안한 개그맨 김제동의 돌발행동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6일 1회 방송 때 상대적으로 어린 가수 정엽이 꼴찌했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제작진은 즉석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재도전 선택권’을 줬고, 김건모가 이를 수락하면서 탈락을 면했다. 시청자와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새로운 ‘룰’까지 급조해 ‘유력(?) 가수’를 구제한 것. 그러자 유명 방송작가인 김수현씨를 비롯한 시청자들이 제작진과 김건모, 이소라, 김제동을 싸잡아 비판했다. 김 작가는 트위터에 “평가단 있으나마나 만든 재도전을 급조하고 영리(?)하게도 선택권은 가수에 넘긴 방송사 얍실함에 입맛이 썼고 우리의 건모씨가 멋지게 ‘노’(NO)하기를 바랐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시청자들은 “입맛에 따라 원칙을 뒤집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듯해 개운치 않다”고 지적했다.

‘공정하게 적용돼야 할 룰이 강자한테는 유연하고 약자한테는 엄격한’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압축해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방송이 대중을 무시한 그들(제작진과 출연진) 소수의 결정으로 약속과 원칙을 쉽게 저버려 시청자들의 실망감과 허탈감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병욱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앳하트 서현 '여신 미모'
  • 엄정화 '반가운 인사'
  • 이엘 '완벽한 미모'
  • 조여정 ‘아름다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