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부는 이미 해외도피

27일(현지시간) 반정부세력 대변인은 아랍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카다피와 그의 가족이 권좌를 포기하고 폭력사태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유럽 탈출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반정부세력은 유럽의 한 국가가 카다피와 그의 일가에 망명처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대형 유혈사태를 피하려는 노력이자 카다피에 대한 최후통첩인 셈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리비아 제재 결의안을 통해 카다피와 그의 가족·측근에 대한 해외여행을 금지한 26일 카다피의 가족들 중 일부는 리비아를 떠났다.
뉴스 사이트 ‘워 인 이라크’는 이날 카다피의 부인과 딸 아이샤, 아들 사디, 한니발의 아내와 자녀들 14명이 리비아를 탈출해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사이트에 따르면 카다피의 가족들은 빈 임페리얼 호텔에 2주일 이상 투숙을 예약했다.
지지세력의 이탈과 가족들의 해외 도피에도 카다피는 겉으로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25일에는 트리폴리 그린광장의 돌 벽 위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하는가 하면 27일에는 외신을 불러 “지금 당장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상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학살극에 대해서는 테러분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반대하는 세력은 포위해 소탕될 소규모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2만의 리비아 정규군 중 90% 정도가 이미 이탈했고 핵심 친위대가 배신할 가능성도 있어 카다피가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망명을 택하지 않을 경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법정에 세워진다면 살아남을 가망이 조금 있다”면서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아니면 자신에게 등을 돌릴 친위대원의 배반으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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