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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포격 1개월‥부상 주민 "차츰 잊히겠지요"

관련이슈 11·23 北 연평도 포격 '도발'

입력 : 2010-12-23 13:38:16 수정 : 2010-12-23 13: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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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식 씨 "후유증 크지만 고향 집에 오니 좋다" "지금도 잠이 잘 안 오고 깜짝깜짝 놀라지만 살다 보면 차츰 잊혀지겠지요"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 23일로 딱 1개월이 됐다.

당시 북한의 포격으로 얼굴에 파편을 맞아 18일 동안 병원 신세를 진 변진식(66)씨는 인천 피란생활을 마치고 22일 오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북한 포격으로 부상을 당하거나 정신적인 충격으로 입원한 41명의 연평 주민 가운데 섬으로 돌아온 2∼3명 중 1명이다.

변 씨는 지난 1개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11월23일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생생히 뇌리에 남아 아직도 그때의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다.

산불 감시원인 변씨는 사건 당일 면사무소의 식재사업을 도와주느라 KT 중계탑 부근에서 왕벚나무를 트럭에 싣고 있었다.

갑자기 송신탑 옆으로 포탄이 떨어졌다. '실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던 일을 팽개치고 10m가량 기어내려가 몸을 엎드리는 순간 뭔가 섬뜩한 게 얼굴에 느껴졌다.

오른쪽 눈썹을 세로 질러 파편이 스치고 지나가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

손으로 피가 나는 눈썹부위를 막고 지나가는 사람의 차를 불러세워 보건소까지 갔다.

마취도 하지 않고 2바늘째 꿰매려는 순간 보건소 뒤로 포탄이 또 떨어져 정신없이 인근 대피소로 들어갔다. 하룻밤을 대피소에서 지새고 다음 날 오전 8시 해경 경비함정을 타고 인천으로 피신했다.

집이 어떻게 됐는지 제대로 둘러볼 겨를도 없었다. 피로 엉망이 된 얼굴만 물수건으로 대충 닦아내고 섬을 떠난 것이다.

변씨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기다리던 구급차에 실려 그 길로 곧장 길병원으로 이송돼 7바늘을 다시 꿰맸다.

자칫 잘못했으면 오른쪽 눈을 심하게 다칠 뻔한 상황이었다.

변씨의 상처는 다행히 쉽게 아물었다. 하지만 정신적 상처는 내내 변씨를 괴롭혔다.

그는 "눈은 이내 마무리가 됐는데 그 후유증이 신경성으로 오더라. 우울증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밤에 자려고 하면 눈물이 나고 깜짝깜짝 놀라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지난 11일 병원에서 퇴원해 찜질방에서도 지속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을 만큼 정신적 상처가 크게 남았지만 변 씨는 연평도 피란민들의 임시 거처가 있는 김포가 아닌 연평도로 발길을 돌렸다.

변 씨는 "지난달에 나가서 한 번도 집에 못 와봤으니까 집안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을과 집이 이렇게 돼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내 고향, 내 집에 와서 이렇게 불도 따뜻하게 때고 있으니 좋다"라고 말했다.

변 씨는 아직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지만 다시는 섬을 떠나지 않을 작정이다.

그는 "지금도 잠이 안 오고 깜짝깜짝 놀라지만 살다 보면 차츰 잊히겠지요. 그래도 주민 중에 희생자가 한 명도 없었으니 연평은 복 받은 섬"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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