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지하철 성추행 동영상 공개 논란속으로…

입력 : 2010-12-03 01:48:02 수정 : 2010-12-03 01:48:0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일탈행위 처벌 명분 불구 사적제재·마녀사냥 우려
경찰, 자수한 피의자 입건
사회적 일탈 행위를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폭로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동영상이 유포돼 네티즌의 분노를 산 ‘신도림행 지하철 성추행’ 피의자 조모(46)씨가 2일 경찰에 자수했다. 못된 짓에 응분의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자 신고가 있기도 전에 동영상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면서 피해 여성의 신원이 공개되는 등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이 내리는 ‘공적 처벌’ 전에 일종의 ‘마녀사냥식 재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성추행 피의자 조모씨(왼쪽)가 지난달 30일 오후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술에 취해 잠든 옆자리 여성 A씨의 허벅지를 만지고 있는 장면.
이번 사건은 지난달 30일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행 전동차 안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옆자리에 잠든 여성 A(26)씨의 허벅지를 만지는 동영상을 맞은편에 앉은 한 시민이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11월30일 신도림행 마지막 열차’라는 제목이 붙은 1분14초 분량의 이 동영상에는 조씨가 주위 눈치를 살피다 옆자리에서 졸고 있는 A씨의 허벅지를 더듬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문제는 경찰 처벌과 별개로 피해 여성이 촬영자의 공개 의도와 상관없이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지하철역 폐쇄회로(CC)TV 분석 과정에서 1일 0시18분 신천역을 이용한 A씨가 피해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점을 확인해 A씨를 찾아냈다. 경찰이 CCTV로 피해자를 확인할 정도라면 동영상을 본 주변 지인들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으로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인터넷 여론몰이를 통한 제재가 가해자 처벌이라는 애초 목적과 달리 오히려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A씨는 경찰에서 “(성추행을 당했을 땐) 술에 많이 취한 상태라 전혀 몰랐어요. 동영상이 올라온 걸 봤는데, 정신적 충격이 크네요”라고 털어놨다.

경찰 관계자는 “성추행은 친고죄지만, 범행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긴 동영상이 있다면 제3자 신고로도 즉시 수사가 가능하다”며 “충격을 받은 피해자는 ‘더 이상 동영상이 확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트위터 이용자 ‘@_scv_’는 “거창하게 무죄추정 원칙까지 가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위시한 대중에 의한 단죄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북에서는 이를 ‘인민재판’이라 부른다”고 지적했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지하철 현장에서 조씨의 행위를 제지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게 옳았다”며 “규탄도 중요하지만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피해자를 보호하는 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 교수(NGO학과)는 “그런 상황 자체를 인터넷에 올릴 만한 소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아동 성폭행범에 대한 낮은 형량 등에서 보듯 공적 처벌에 대한 불신이 사적 제재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경찰은 동영상이 확산되자 심리적인 압박감에 자수한 조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