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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서울’ 물난리 키웠다

입력 : 2010-09-25 01:48:03 수정 : 2010-09-25 01: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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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까지 침수… 원인·대책 뭔가
도심 절반이 빗물 안 스미는 ‘불투수면적’
지하 하수구도 처리용량 부족 속수무책
이상기상 대비한 배수시스템 개선 시급
수도 서울이 지난 21일 시간당 75㎜의 폭우에 물바다로 변한 것을 놓고 탄식의 소리가 높다. 저지대 주택가는 물론이고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 광장까지 여지없었다. 기상청이 돌발 호우를 적시에 예측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부실한 서울의 빗물처리 인프라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은 큰 비가 내리면 지상에서도, 지하에서도 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후변화 등으로 집중호우와 이상기상 현상이 빈번한 상황에서 총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빗물이 스며들 땅이 없다

서울은 집중호우가 내렸을 때 빗물이 스며들거나 흘러들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1962년 이후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서울의 지표면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등으로 덮이면서 물이 스며들지 못하는 ‘불투수면적’이 급격히 증가했다. 서울시내에서 이런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62년 7.8%에 그쳤으나 70년대 들어 18.6% 이상으로 늘어 82년 37.2%로 껑충 뛰었다. 2005년 기준으로 서울시내의 절반에 가까운 면적(47.4%)이 도로 등으로 덮였다. 서울 전체 면적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25.4%나 되지만 대부분 외곽지역이라 투수면적 상승에 별로 효과가 없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면 빨리 하천으로 빠져나가야 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서울의 36개 법정하천 중 24개(67%)가 도로 등으로 복개된 터라 빗물 유입을 막고 있다. 일본은 이미 77년부터 대규모개발지, 학교, 공원 등에 빗물을 모으는 저류시설 등을 설치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스콜(열대성 소나기)이 자주 발생하는 싱가포르도 저류시설이 잘 돼 있어 비가 많이 내리는데도 침수 피해가 적다”며 “이번에 물에 잠긴 광화문 광장 조성 당시에도 저류시설 설치 의견을 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땅속 하수구도 시원찮다

지상의 배수 능력이 신통치 않으면 인공 배수에 의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의 지하 하수도 처리용량 기준은 지선·간선별로 각각 ‘5년 간격의 집중호우(시간당 60㎜)’와 ‘10년 간격 호우(〃 75㎜)’로 돼 있다. 이 기준은 98년 환경부 시설기준에 따른 것인데, 이후 우리나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돌발성 집중강우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기상청에 따르면 1907년 기상 관측 이후 서울의 시간당 강수량만 놓고 봤을 때 역대 50위 중 13차례가 이 기준이 만들어진 98년 이후에 집중돼 있다.

특히 서울에 설치된 전체 하수도 중 시간당 75㎜ 호우 처리용량인 간선 하수관은 23%뿐이다. 광화문 광장 지하에도 간선 하수관은 없다. 그렇다 보니 광화문에 모인 물은 주변 세종문화회관과 교보빌딩 지하에 매설된 간선 하수관을 따라 청계천으로 흘렀다. 한꺼번에 몰려든 물이 넘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하수관내 물이 청계천으로 빨리 이동해야 하는데, 하수관 간 연결이 과거 기준에 맞춰져 있다 보니 처리능력에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해를 계기로 지역상황과 주변환경 등에 맞게 배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지성 호우 등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기상현상이 앞으로 더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도시 우수 배수관의 경우 25∼50년 간격의 집중호우 기준을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나기천·이귀전 기자 na@segye.com

■역대 서울 1시간 최다강수량 순위
  (㎜)
순위 날짜 강수량
1 1942. 08. 05 118.6
2 1964. 09. 13 116
3 2001. 07. 15 99.5
4 1966. 07. 15 83
5 1956. 06. 22 80.7
6 2010. 09. 21 75
7 1971. 07. 17 71.4
8 1987. 07. 27 69.5
9 1967. 08. 25 68
10 1983. 09. 02 67.3
자료:기상청
■서울 빗물 흡수 안되는 면적 비율
1962년 7.8%
1970년 18.6%
1982년 37.2%
2005년 47.4%
■서울시 하수관 총 연장 현황
  (총연장 1만287㎞)
●간선(원형 기준 지름 900㎜ 이상) 2352㎞:23% 지선(〃900㎜ 이하) 7935㎞:77%
*광화문 광장에는 지선 하수관만 매설돼 있음
**간선 하수관만 1시간당 75㎜ 강수량 처리가능
자료: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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