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현철씨 때도 탈세혐의 구속으로 끝나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몸통’으로 지목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사표를 냄에 따라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윗선’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야권은 이 비서관을 비롯해 경북 영일·포항 출신을 뜻하는 ‘영포라인’ 인맥이 비선조직을 통해 국정운영에 개입한 의혹까지 낱낱이 밝히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형법에 ‘국정개입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공식 보고계통을 벗어난 국정운영 관여만 갖고 형사처벌할 수 없는 노릇이라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9일 총리실 압수수색에서 이씨 등이 이 비서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문건과 이메일 등을 확보했다. 이 비서관과 이씨는 둘 다 ‘영포라인’으로 알려져 있다. 야권은 “이 비서관이 총리실 직원한테서 공직사회 감찰에 관한 민감한 정보를 사적으로 보고받은 건 부당하다”며 처벌을 요구한다.
검찰은 “총리실이 수사를 의뢰한 민간인 김종익씨 사찰 의혹만 수사 대상”이라며 ‘영포라인’ 수사와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 비서관과 ‘영포라인’을 둘러싼 의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그냥 보고만 있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총리실 김유환 정무실장이 ‘영포라인’ 주도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민주당 신건 의원한테 제보했다”는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의 폭로도 관심거리다. 김 실장 등이 이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경우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영포라인’의 관계를 좋든 싫든 밝혀내야 한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7년 이뤄진 대통령 아들 현철씨 수사와 비교한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현철씨 수사에 착수한 계기는 그가 YTN과 공기업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내용이 생생히 담긴 비디오 테이프의 공개였다. 국민적 분노가 들끓자 ‘국정개입죄’를 적용해서라도 현철씨를 처벌해야 할 입장이 된 검찰은 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을 파헤친 끝에 탈세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 비서관 등이 비선조직을 통해 국정운영에 개입한 정황만으로 형사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조만간 ‘영포라인’ 인사들에 대한 계좌추적 등 내사에 나설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이 많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위기의 女大](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4/128/20251204518455.jpg
)
![[기자가만난세상] 계엄 단죄에 덮인 경찰 개혁](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06/02/128/20250602516664.jpg
)
![[삶과문화] 예술은 특별하지 않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30/128/20251030521767.jpg
)
![‘이날치전’에서 본 K컬처의 또 다른 미래 [이지영의K컬처여행]](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2/04/128/2025120451462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