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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ㆍ얼굴공개 논란…이번엔 접점 찾나

입력 : 2010-03-12 17:40:35 수정 : 2010-03-12 17: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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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피의자 김길태(33)의 검거로 해묵은 논쟁거리인 사형제 존폐와 흉악범의 얼굴 등 신상공개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을 넘어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희대의 연쇄살인범인 유영철, 강호순 사건에서 지난해 여덟 살 여아를 성폭행하고 영구장애를 입힌 조두순 사건에 이르기까지 사회를 들끓게 하는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재연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반인륜적 흉악범죄의 예방과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쪽은 사형 집행과 흉악범의 신상공개를 주장하지만, 반대론자들은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이번에는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뜨거운 감자' 사형제 찬반논란 재연 = 여중생 성폭행 살해 피의자인 김길태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사형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은 12일 "사형 집행 유예를 위한 특별법이 없는데도 집행을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사형집행을 촉구했으며, 국가 형벌권을 관장하는 법무부도 "사형 집행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에 대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재판관 5(합헌)대 4(위헌) 의견으로 13년여 만에 다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과거보다는 합헌 의견이 줄었다.

특히 합헌 결정을 한 헌법재판관 중에서도 일부는 국회를 중심으로 사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보충 의견을 내놔, 과거와 달라진 시대상황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헌재 결정 당시만 해도 사형제 폐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김길태 사건을 계기로 불과 2주 만에 사형제 존치는 물론 사형집행 재개까지 거론될 정도로 논란이 달아오른 상태다.

현재 사형이 확정돼 국내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형수는 57명이지만, 1997년 말 이후 13년째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우리나라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사형제를 둘러싼 이 같은 `냄비식'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인과 부녀자, 정신지체 장애인 등 21명을 살해한 유영철이 2004년 검거돼 사형이 선고됐을 때나, 장모와 처를 포함해 10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강호순이 작년 2월 기소됐을 때도 사형집행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작년 2월 법무부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64%가 사형제 유지와 사형집행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들끓던 사형제 옹호 여론은 오래가지 못하고 수그러들곤 했다.

13명의 부녀자를 살해해 '제2의 유영철'로 불렸던 정남규가 사형이 확정돼 복역하다 작년 11월 구치소에서 목을 매 자살하자, 사형수에 대한 동정론과 함께 사형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기도 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여야간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사형집행 주장에 대해 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형집행을 화풀이하듯 해서는 안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사견을 전제로 "사형집행 촉구는 아동 성폭력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악용하는 포퓰리즘"이라며 "아동 성폭력 범죄는 사형을 시킨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예방과 대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형폐지에 대한 특별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례적 얼굴 공개…인권침해 논란 = 경찰이 김길태를 검거한 직후 이례적으로 얼굴을 공개하면서 흉악범 얼굴 공개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경찰은 2005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경찰청 훈령을 정한 뒤부터는 피의자의 얼굴을 가려줬다.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정남규, 안양초등생 납치살해사건의 정성현,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의 강호순 등 대표적인 흉악범은 모두 마스크나 모자, 옷 등으로 얼굴을 숨겼다.

이럴 때마다 흉악범 얼굴 공개는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공익과 알권리 차원에서 흉악범의 얼굴을 가릴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던 것이다.

반면 인권단체들은 법적 근거가 없고 인권침해 여지가 많으며 피의자의 다른 가족이 실질적인 연좌제에 묶여 2차 피해를 볼 수 있는 데다, 흉악범이 대부분 무기징역이나 사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커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지난 10일 검거된 직후 언론에 공개된 김길태는 긴 머리카락이 내려와 이마와 눈 부위를 조금 덮었을 뿐 예전의 흉악범처럼 마스크나 모자를 착용하거나 옷을 뒤집어쓰진 않았다.

경찰이 피의자의 초상권 등 인권보호보다는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을 더 중시하는 게 맞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특히 경찰은 김의 얼굴이 공개된 뒤 국회에 계류 중인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도 개정안의 요건을 참작, 사안별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법 감정에 반해 흉악범을 과잉보호한 측면이 있다. 경찰이 지나치게 이들을 보호해줄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이 같은 흉악범 얼굴 공개 방침이 `명백한 인권 침해'란 목소리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흉악범에 감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인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피의자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측면에서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효성 면에서 봤을 때도 그렇고, 흉악범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특강법 개정안에 여전히 보완해야 할 여지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이한규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사법부의 통제 절차, 피의자의 이의제기 수단 등 보완장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낸 바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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