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3층 옥상문 열자 옆 빌라로 몸 날려
눈때문에 미끄러져 다리 다친듯… 몰골 초췌

경찰은 사건 현장과 가까운 덕포시장 일대에서 자꾸 음식물이 없어진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덕포시장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경찰은 특히 김길태가 도주로를 확보하기 쉬운 복층건물의 상층부와 옥상을 집중적으로 뒤지고 있었다.
부산경찰청 소속 장예태 순경이 덕포시장 근처에 있는 3층짜리 건물인 현대골드빌라 옥상 문을 여는 순간 피의자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한 남자가 50㎝가량 떨어진 옆 빌라 옥상으로 몸을 날렸다. 인기척을 느낀 것이다.
이를 본 장 순경이 동료인 하상욱 순경을 호출하자 이 남자는 곧장 빌라 사이의 좁은 공간을 등과 손발로 지탱하며 1층으로 내려갔다. 그가 피의자임을 직감한 하 순경이 “길태다”라고 소리치며 장 순경과 함께 계단으로 뒤쫓았다.
이 모든 게 불과 30초 안에 이뤄졌을 정도로 숨가쁘게 진행됐다. 땅바닥에 먼저 내려온 김길태는 뛰지 않고, 유유히 걸어서 주차장 쪽으로 나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이날 새벽 내린 눈 때문에 미끄러져 다리를 약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회색 후드 티와 카고바지(건빵바지)에 파란색 마스크를 착용한 그는 그러나 주차장 앞에서 수색 중이던 강희정 경사와 마주치자 달아나기 시작했고, 앞을 가로막는 이용 경사의 얼굴을 후려쳐 넘어뜨렸지만 뒤쫓아와 몸을 날린 강 경사에게 제압됐다.
![]() |
◇10일 부산 여중생 이유리(13)양 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공개수사 12일 만에 경찰에 붙잡힌 뒤 고개를 숙인 채 수사본부가 차려진 사상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부산=국제신문 제공 |
검거 당시 그의 모습은 은신 기간 동안 제대로 먹고 씻지 못했는지 초췌한 몰골이었다. 머리와 수염도 상당히 길어 있었다.
경찰은 지난달 24일 이양 실종 이후 수색에 하루 평균 4500여명, 지금까지 연인원 2만여명을 투입했다.
이강덕 부산경찰청장은 검거 소식을 발표하면서 “이양이 꽃다운 나이에 범죄의 희생양이 된 것에 대해 부산경찰의 책임자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반인륜적인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 일지
▲2월 24일=부산 사상구 덕포동 다세대주택서 여중생 이유리(13)양 실종. 경찰, 비공개 수사 착수
▲2월 27일=경찰, 실종 나흘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 전단 2만장 전국에 배포.
▲2월 28일=경찰, 아동 성폭력 전과자 김길태(33)를 유력한 피의자 지목
▲3월 3일=경찰, 현장 인근서 피의자 추정 인물 발견했으나 검거 실패
▲3월 4일=경찰, 수사전담반 대폭 보강
▲3월 5일=김길태 신고포상금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
▲3월 6일=이양 집에서 50m 떨어진 빈집 물탱크에서 이날 오후 9시20분쯤 이양 시신 발견
▲3월 8일=경찰, 증거물 분석 결과 김길태를 ‘피의자’로 지목. 전 경찰 비상근무 돌입. 이명박 대통령 “모든 역량 총동원해 범인 잡아라” 지시
▲3월 10일=오후 3시 사상구 덕포시장 인근에서 사건 발생 15일 만에 김길태 검거
▲2월 24일=부산 사상구 덕포동 다세대주택서 여중생 이유리(13)양 실종. 경찰, 비공개 수사 착수
▲2월 27일=경찰, 실종 나흘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 전단 2만장 전국에 배포.
▲2월 28일=경찰, 아동 성폭력 전과자 김길태(33)를 유력한 피의자 지목
▲3월 3일=경찰, 현장 인근서 피의자 추정 인물 발견했으나 검거 실패
▲3월 4일=경찰, 수사전담반 대폭 보강
▲3월 5일=김길태 신고포상금 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
▲3월 6일=이양 집에서 50m 떨어진 빈집 물탱크에서 이날 오후 9시20분쯤 이양 시신 발견
▲3월 8일=경찰, 증거물 분석 결과 김길태를 ‘피의자’로 지목. 전 경찰 비상근무 돌입. 이명박 대통령 “모든 역량 총동원해 범인 잡아라” 지시
▲3월 10일=오후 3시 사상구 덕포시장 인근에서 사건 발생 15일 만에 김길태 검거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