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을 납치 살해한 뒤 경찰을 농락하며 14일째 신출귀몰한 행적을 보이고 있는 김길태(33)씨는 11년 동안 이어진 교도소 수감생활을 하면서 '강철같은 몸'을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중생 납치·살해사건을 수사중인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김씨가 9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연속된 수감생활 도중 감방 안에서 팔굽혀펴기와 권투, 윗몸일으키기, 쪼그려뛰기 등 운동을 많이 한 사실을 최근 교정기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초·중·고교 학창시절에도 달리기와 싸움질을 잘했고, 좀도둑질을 하면서 담장 넘기와 옥상 타기 등을 밥 먹듯이 해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 다람뒤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씨는 실제 지난 3일 오전 5시쯤 사상경찰서 소속 형사 3명이 희생자인 여중생 이모(13)양이 살던 다세대주택으로부터 30여m 떨어진 공가(빈집)를 수색할 당시 형사 1명이 플래시로 방안을 비추자 방 뒤쪽 창문을 통해 3.5m 높이의 담 아래로 뛰어내린 뒤 그대로 달아났다.
당시 형사도 “잡아라” 고함을 치며 뒤따라 뛰어내렸지만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추격에 실패하고 말았다. 고함소리를 들은 동료 형사 2명이 대문을 빠져나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김씨는 종적을 감춘 뒤였다.
3.5m 정도의 높이는 일반 건축물 한 층의 높이인데도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김씨는 사뿐히 뛰어내려 그대로 도주, 특진을 눈앞에 뒀던 경찰을 허탈하게 했다.
김씨는 은둔과정에서 외부에서 들어갈 수 없는 잠긴 곳이나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들어갈 수 없는 건물이나 지역에 숨어 지내며 구멍가게나 시장통 등에서 음식을 훔쳐먹거나 동전을 절취해 라면 등을 구입해 배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수사본부는 “김씨가 주간엔 위장된 장소에서 숨어지내다 야간에 CC(폐쇄회로) TV가 없는 좁은 골목길이나 인적이 뜸한 뒷길로 다니는 것 같다”며 “그는 특히 야간에 물건을 훔치기 위해 단독주택 옥상을 타고 옆 집과 옆 집으로 다니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부산= 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