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2층 32번 출입문 입구. 인천공항 국립검역소 검역원들이 신종인플루엔자A(H1N1) 예방을 위해 손바닥 만한 크기의 체온기를 승객들의 귀밑에 대고 일일이 체온을 체크했다. 승객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 같은 ‘삼엄한 상황’에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당국의 검역에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업차 태국 방콕에 보름 정도 머물다 입국한 김인환(50)씨는 “태국이 신종플루 비상지역이어서 태국을 방문하고 귀국하는 내외국인에게 당연히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며 “태국도 국가 차원의 비상사태여서 국민이 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철저한 검역이 이뤄지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종플루 감염으로 인해 2명의 희생자가 잇따르자 인천국제공항 국립검역소 측의 검역이 더욱 강화됐다. 특히 신종플루 고위험국가로 분류된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영국,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칠레를 비롯해 태국, 홍콩, 필리핀 등지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에 대해서는 검역원들이 출입문에 가서 일일이 체온을 쟀다.
대한항공의 한 직원은 “전날 밤 신종플루 위험국가에서 입국한 관광객이 콧물과 발열증상이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검역원들이 항공기에 올라와 모든 승객들을 대상으로 체온체크 등 검역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측은 이날 출국하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신종플루 예방수칙’이 담긴 물수건 종이 팩을 나눠주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있는 여객터미널과 외항사들이 몰려있는 탑승동에서 수시로 ‘신종플루 예방요령’에 대해 방송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신종플루 안전국가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도 부족한 검역인력 등은 여전히 방역활동에 큰 문제점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 6곳에 발열감시카메라가 설치됐으나 24시간 근무인원은 고작 20명이다. 따라서 이들이 신종플루뿐만 아니라 콜레라 위험국가에서 입국하는 승객을 대상으로 출구와 발열감시카메라를 점검하고 있지만 손발이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한 검역원은 “승객들이 20∼30명씩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때는 아무리 줄지어 서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아 사실상 발열감시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라고 실토해 방역활동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 검역원은 또 “입국 10시간여 전에 해열제를 먹고 입국하면 발열감시카메라로 적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따라서 조금이라도 온도가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질문을 하는 등 조사가 더 필요한데도 인력이 부족해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여행하려고 대기 중이던 이모(40)씨는 “미국이 신종플루 위험국가인데도 검역당국의 인력 부족 탓인지 예방에 관한 어떤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이돈성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