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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도로·시민의식 절대부족… 관련법은 '안전' 외면

입력 : 2009-08-10 11:24:17 수정 : 2009-08-10 11: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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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붙은 ‘자전거 사업’ 문제는 없나
87%가 보행자 겸용… 안전모 미착용 많아 사고 불러
지난해 교통사고 1만여건… 6년전보다 96% 늘어나
음주운전 금지·전조등 의무 규정 없어 법개정 시급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전거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각종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교통안전시설 및 시스템이 미흡하고 ‘자전거전용도로’가 절대 부족해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관련 법률들이 허점투성이인 데다 시민의식마저 결여돼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9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에 따르면 2002년 5546건이던 자전거 교통사고가 지난해 1만848건으로 6년 새 무려 95.6%가 증가했다. 〈표 참조〉

이들 자전거 교통사고는 자전거가 트럭이나 택시 등 사륜차량에 부딪힌 경우가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02년 253명에서 지난해 313명으로 23.7% 늘었고, 부상자는 2002년 5534명에서 지난해 1만1112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법률 개정 시급=자전거 이용자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허술한 관련 법률이다.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1995년 제정됐다. 그러나 1999년 3차 개정에서 ‘추돌방지를 위한 (자전거) 후면 반사기재 부착’과 ‘일몰시부터 일출시까지 전조등 사용 의무화’, ‘자전거 2인 이상 동시 탑승 금지’ 등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 관련 내용이 삭제돼 버렸다.

도로교통법에서 자전거는 ‘차’로 법적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이 때문에 통행방법, 운전자의 의무 등은 자동차 규정에 준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음주운전 금지규정은 자동차와 달리 적용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에 따라 느린 운행속도와 다양한 이용연령 등 상대적 교통 약자인 자전거 이용자는 교통안전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좌회전 방법도 자동차와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자전거 이용자가 우측 가장자리를 주행하다가 좌회전할 때 중앙선 쪽으로 접근해 좌회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

스위스나 독일 등 자전거 선진국들은 자전거 이용자가 도로를 주행할 때 자동차와 별도의 교통신호를 받도록 하는 등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교통신호등 가장 위쪽에 설치된 자전거 신호등은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먼저 진행하도록 자동차 신호등에 앞서 켜진다.

또 이들 나라는 자전거가 도로를 횡단하거나 교차로를 통과할 때 자전거전용차로를 따라 이동하면 되는 안전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교차로 좌회전 방식은 훅턴(hook-turn)방식이다. 도로 우측에 있는 자전거가 중앙선으로 갈 필요 없이 직진신호를 받아 길을 한번 건너고 다시 직진신호 때 길을 건너 2단계에 걸쳐 기역(ㄱ)자 역순으로 좌회전한다.

자전거사랑전국연합 김영복 서울본부장은 “독일은 자동차가 자전거에 1m 이내로 접근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까지 있지만 우리나라 자전거 이용 활성화법에는 자동차와 자전거 간 안전거리만 규정할 뿐 처벌 조항이 없다”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기반시설·교육 프로그램 부족=자전거전용도로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서울시내 총 729㎞의 자전거도로는 대부분(83.8%) 인도 위에 선을 긋고 자전거 그림을 그려놓은 보행자 겸용이다.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자전거전용도로’는 불과 116㎞(16%)에 불과하다. 가장 긴 자전거도로(2297㎞)가 설치된 경기지역은 전체의 12.8인 294㎞만 자전거전용이고 86.4%는 보행자 겸용, 나머지는 자동차 겸용이다.

대구시는 자전거전용도로가 고작 전체(536㎞)의 7%인 38㎞이고, 제주는 자전거도로 646㎞ 중 자전거전용은 아예 설치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은 전국 지자체가 비슷하다. 국내 자전거도로 총 길이는 1만390㎞로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이 중 11%만 자전거전용도로이고 87%는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다. 192㎞는 차도에 선만 그어 놓아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자전거자동차겸용도로로 매우 위험하다.

황인철(45·회사원·서울 성동구)씨는 “5년 전부터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는데 보행자겸용도로에서 갑자기 뛰어드는 시민 등과 충돌할 뻔한 적이 많았다”며 “이마저도 없으면 차도로 가야 하는데 마구 달리는 택시나 승용차가 겁이 나 자전거를 그만 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자전거교육은 지방자치단체와 동호인단체에서 하고 있으나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콘텐츠가 미흡하다. 그렇다 보니 대다수 자전거 이용자들이 자전거를 왼쪽으로 타고 내리는 잘못된 습관조차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자전거동호회 관계자들은 “자동차가 자전거의 왼쪽으로 통행하기 때문에 사고를 예방하려면 자전거를 오른쪽으로 타고 내려야 한다”며 “이러한 다양한 안전교육을 어려서부터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전거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상당수 자전거의 손잡이가 유(U)자 형으로 앞으로 튀어나와 보행자를 충격하면 큰 부상이 예상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나거나 차체가 부러지는 등 불량 자전거도 유통되고 있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최근 시판 자전거 35종에 대해 시험을 해 2개 제품에서 차체가 갈라지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자전거 내구성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안전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9월쯤 시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자동차 운전자가 교통 약자를 보호하고, 자전거를 탈 때는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안전의식이 결여된 것도 자전거 교통사고를 부르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전거 교통사고 사망자의 80% 정도가 머리부상 때문에 목숨을 잃었지만 자전거 이용자들은 안전모를 거의 착용하지 않고 있다.

(사)자전거21 오수보 사무총장은 “최근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교통규칙을 무시하고 이용하는 사례를 쉽게 접할 수 있다”며 “법령이나 제도, 이용시설을 탓하기에 앞서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의식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 등의 발의로 도로교통법, 자전거이용활성화법 등의 개정법률안을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국회 통과가 안 돼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시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전거이용 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법률과 예산 문제 등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자전거 이용시설 현황
(2008년 12월말 기준 단위:㎞)
시·도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자동차
겸용도로
총길이
서울 116 611 2 729
부산 26 261 1 288
대구 38 498 / 536
인천 38 301 / 339
광주 40 379 / 419
대전 12 484 / 496
울산 20 155 / 175
경기 294 1984 19 2297
강원 70 628 9 707
충북 72 570 5 647
충남 78 392 60 529
전북 49 564 14 626
전남 69 562 26 657
경북 58 519 35 612
경남 165 499 24 688
총계 1145 9052 192 1만390
자료: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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