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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국방부 등 주요 공공기관이 동시에 해킹공격을 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가운데 8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내 인터넷침해사고대응센터 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트래픽 유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등 특별 감시체계를 가동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 |
이번 바이러스 공격은 엄청난 양의 정보를 공격대상 서버에 보내 큰 부하가 걸리도록 함으로써 해당 사이트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라는 해킹 방식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디도스는 지난 2000년 2월 미국의 대형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 이베이, 야후 등이 집중 공격을 받고 다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디도스 공격은 이어져왔으며 국내에서는 2003년 전화국 서버와 무선인터넷 사업자가 공격당해 인터넷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디도스 공격에는 특정 사이트를 공격하도록 설계된 악성코드가 보안이 취약한 개인 컴퓨터에 심어진 뒤 악성코드에 감염된 개인컴퓨터, 즉 `좀비 pc'가 표적 사이트를 반복적으로 접속, 공격하는 새로운 방식이 동원됐다. 이때문에 디도스에 대한 방어장비를 갖춘 정부기관들조차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도 백악관, 국토안보부, 연방항공청, 국무부 등 주요 안보부처들이 같은 시간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국에 대한 디도스 공격은 이미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 시작돼 사흘동안 지속되는 상황이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이번 사태를 `이례적으로 길고 정교한 공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국 해당 사이트를 접속할 경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미국측은 우리나라에서 나가는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이번 해킹 공격이 한국을 직접 겨냥했을 뿐 아니라 한국을 경유해 미국까지 목표를 삼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해킹 공격 사태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과 경찰은 국내에서 1만8천 대의 좀비pc가 공격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좀비 pc 중 한 대를 확보해 바이러스가 심어진 경로를 역추적하는 등 해킹공격의 진원지를 캐고 있다. 하지만 수사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불특정 다수의 pc를 매개체로 이용하며 여러 나라의 인터넷 주소를 경유하는 디도스의 특성상 진원지를 밝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때문에 디도스를 이용한 범죄자가 기술적인 추적으로 붙잡히는 경우는 없었으며 단지 금품을 요구했다가 덜미를 잡힌 사례가 드물게 있었다는 것이다.
해킹 공격을 당한 청와대측은 네트워크에 과부하를 걸어 정상 서비스를 방해하는 특성상 디도스는 자료 해킹과 관련이 없으며 청와대는 내.외부망이 분리돼 있어 피해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군도 비슷한 시스템이어서 바깥으로 나타난 현상과는 달리 내부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혹여 느슨한 생각으로 사태에 대응한다면 고쳐야 한다. 우선 개인 좀비 pc에 심어진 악성 코드를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2차 공격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사실이 망각돼서는 안된다. 또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디도스 공격이 종전처럼 과부하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추후 자료 해킹에 쓰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요즘 사이버 공간에서는 세계 각국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개인 단위로 자행되던 해킹 행위는 이제 조직이나 국가 단위에서 주도하는 형태로 차원이 달라졌으며 그로 인해 피해규모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주도하는 세력이 달라진 만큼 해킹의 기술도 첨단을 달리고 있는 실정이며 심각한 피해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바야흐로 해킹은 가장 심각한 안보위협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은 해킹에 대비해 백악관내에 사이버 코디네이터를 뒀으며 군 컴퓨터 체제를 조정하고 공격형 사이버 무기를 개발할 국방부 지휘부의 창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차제에 우리도 기존의 해킹 대비태세에 미비점은 없는지 통합지휘부를 둘 필요는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해킹은 우리에게도 중대 안보현안이 됐다는 인식부터 갖는 것이 시급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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