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최근 일부 방송사의 보도행태를 ‘음주운전’으로까지 빗대 신랄히 성토했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비공식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렸고, 이 대변인이 ‘실명보도’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알린 셈이다. 한 핵심 참모는 “방송이 너무한다는 공감대는 청와대 전체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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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19일 브리핑에서 검찰의 MBC PD수첩 수사결과 발표와 개각설, 청와대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청와대의 대응은 방송사뿐 아니라 야권,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불러 사회적 논쟁 등 여러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는 강수다. 그럼에도 이 대변인이 ‘총대’를 메고 나선 데는 복잡한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부 방송사의 보도행태가 갈수록 반(反)정부적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는 청와대로선 더 이상 좌시할 경우 국정 부담을 크게 떠안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청와대에선 방송에 대한 불만을 넘어 위기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방송사에 브레이크를 걸 수밖에 없는 일차 배경이다.
이런 청와대의 선택에는 ‘적기’라는 셈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이 있기 전 검찰 수사 결과만 보면 PD수첩의 ‘잘못’이 뚜렷하다는 게 청와대 인식이다. 이슈화가 되더라도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엔 차제에 방송사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조문정국’에 대한 반전을 꾀하려는 계산도 담겨 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의 ‘조문방송’을 들어 “시청자 선택권을 박탈하고 모든 방송이 공공재인 전파를 통해 경쟁적으로 조문방송을 했다”며 “어떤 방송은 다른 방송보다 2∼3시간 방송을 많이 했다는 것을 자랑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방송사를 정조준해 ‘조문방송’이라는 자극적 표현을 작심하고 쓴 것이다.
나아가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압박하려는 ‘원려’도 엿보인다. 이 대변인이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방송사 드라마의 선정성도 도마에 올린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대변인은 미디어 관련법 논란과 관련, “반대논리로 제기됐던 것 가운데 하나가 공정보도가 안 된다는 것과, 저질방송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패륜에 가까운 ‘막장 드라마’로 시청률 경쟁하는 게 현실”이라고 맹공했다. 이어 “더 이상 어떻게 (지금보다) 수준 낮은 방송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방송사 경영진이 심각한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 있다고 공격했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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