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분위기는 지난 4월 21일 1차 개성접촉에 비해 나쁘지 않다. 북한은 지난번과는 달리 회담에 나설 대표 명단을 사전 통보하고 우리 측 실무준비 인원의 사전 방북을 허용했다.
회담 장소도 자신들이 폐쇄했던 우리 측 기관인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순순히 양보했다. 어느 정도 ‘회담’의 모양새를 갖춘 만큼 북한이 이번 만남을 일방적으로 파탄 내진 않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남북의 관심사가 달라 쉽지 않은 회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표단은 유씨의 현재 상태 확인 및 석방을 집중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가 개성공단의 근본 문제임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반면 북한은 유씨 문제와 개성공단을 분리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을 총괄하는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달 15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유씨 사태는 “의제 밖의 문제”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대신 개성공단 토지 임대료 및 사용료, 임금, 세금 등과 관련한 기존 남북 간 계약 무효화를 선언하고 새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에 자신들이 책정한 임금 수준과 토지 사용료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통행세칙이나 체류규정 등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다.
정부는 북측의 요구사항을 일단 청취하겠지만, 임금과 토지 사용료 등은 입주기업의 경영과 직결되는 만큼 이번에 구체적인 협상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10일 “북측이 제기한 여러 가지 문제들이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되고, 동시에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도 적절한 형태로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며 “이번 회담에서 이 두 가지가 같이 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북한의 태도가 변수다. 북측이 이번 회담의 키를 쥔 상황에서 남측 선택은 많지 않다.
북측이 유씨 상태를 확인해주거나 향후 처리 방향 등에 대해 언급하고 개성공단 운영에 대해서도 협상의 여지를 주면 정부로서는 더 바랄 게 없다. 이렇게 되면 남북이 차기 회담을 다시 잡아 대화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북측이 여전히 유씨 문제를 배제하고 우리 측이 수용하기 힘든 요구사항을 내놓을 경우 당분간 당국간 대화는 힘들어질 수 있다. 지난 8일 한 의류업체가 철수 결정을 내린 뒤 동요하고 있는 일부 입주기업을 중심으로 짐을 싸는 업체들이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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